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
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 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
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이탈한 자가 문득, 김중식 시집 <황금빛 모서리> 중
나는 궤도를 이탈한 별처럼 문득 자유로와졌다.
내 안에 늘 치열했던,
바깥에 보이기 위한,
나를 값비싸게 포장하기 위한
머리 아픈 타협을 포기하고 나니 모든 것이 편해졌다.
줄다리기는 끝났다.
겉으론 평온하지만 쉴 새 없이 두 발을 움직여 물 위에 떠 있는 백조처럼 살고자
얼마나 노력했던고.
두 발의 움직임을 멈춘 뒤
물 속에서 오히려 평화로움을 느낀다.
아마도 가을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