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이탈한 자가 문득

2001.09.08 04:48

어떤이면 조회 수:113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

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 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

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이탈한 자가 문득, 김중식 시집 <황금빛 모서리> 중



나는 궤도를 이탈한 별처럼 문득 자유로와졌다.

내 안에 늘 치열했던,

바깥에 보이기 위한,

나를 값비싸게 포장하기 위한

머리 아픈 타협을 포기하고 나니 모든 것이 편해졌다.

줄다리기는 끝났다.

겉으론 평온하지만 쉴 새 없이 두 발을 움직여 물 위에 떠 있는 백조처럼 살고자

얼마나 노력했던고.

두 발의 움직임을 멈춘 뒤

물 속에서 오히려 평화로움을 느낀다.


아마도 가을인가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18 미친 바다 [1] 바다선인장 2001.09.12 117
517 약간의 감기기운 [5] eric 2001.09.11 228
516 사는 법 [1] 시선 2001.09.11 86
515 종 치는 저녁 [2] 윤성택 2001.09.11 185
514 누구나 한번쯤은 잊지 못할 사랑을 한다 [1] 동글이 2001.09.11 86
513 누가 내 길은 이쪽이라고.... [3] eric 2001.09.10 176
512 아깝다 [1] 이상관 2001.09.10 93
511 안녕하세요? [2] 미정 2001.09.10 108
510 오랜만에 다시 시를 시작하면서 [1] 이창호 2001.09.09 104
509 사는거... [2] 허수희 2001.09.08 78
508 가을 사내 [4] 윤성택 2001.09.08 192
» 이탈한 자가 문득 [1] 어떤이면 2001.09.08 113
506 엽기적인 그녀, 뒷 얘기 [2] 2001.09.07 123
505 Sealed With A Kiss [3] 선인장 2001.09.07 50
504 아쉬움... [1] 김충규 2001.09.06 128
503 Knockin' On Heaven's Door [3] 선인장 2001.09.06 234
502 일기를 쓰다가 ... [1] 참솔 2001.09.06 98
501 고개숙인 당신... [3] 2001.09.05 131
500 안락사 [1] 동글이 2001.09.05 227
499 천서봉님 [1] 김동주 2001.09.05 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