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해에게서
충전을 받는 모양입니다.
붉은 빛이 다하면,
밤이 완료된
푸른 저녁이 올 것입니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네요.
활짝 열려진 창문으로
슬그머니 책상의 A4를
바닥에 내려놓기도 하고,
내 머리를 헝클어 놓기도 합니다.
이 바람의 근원은 대체 어디일까?
애초에 처음 바람이었을 공간,
그곳이 모스크바 어디쯤
자작나무 숲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쉼없이 내달리면서 나에게
어떤 기별이라도
보내는 것이었음 좋겠습니다.
이메일이 텅텅 비고
머릿속도 텅텅 비어
뎅뎅뎅,
종치는 저녁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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