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박~
어제는 아주 짧은 인사였지만 반가운 마음 그득 담았습니다.
도둑고양이처럼 슬그머니 회식장을 빠져나와
고향처럼 여전히 반겨주는 이가 터를 옮기지 않은 곳,
이십대 후반을 고스란히 남겨 두었던 인사동,
절간 같은 '고요한 소리'에 들어가
넉넉한 주인이 따라주는 茶香에 취해,
그 전에 시인들이 가득 담아 준 여운의 무게를
간신히 감당하며
어찌어찌 새벽을 지르며 고속도로를 달려왔는지.
축하의 꽃 한 송이도 전해드리지 못하고
못내 아쉽게 돌아왔네요.
우리 농장지기는
6년 전의 안면식을 외면하지 않고 챙겨 주시는
황교수님의 따뜻한 인사에 감격해서
오는 내내 행복해 하고,
나는 안그래도 자리를 잘못 잡아 주량도 못 채웠는데
게다가
윤시인님께 축하주 올리고 답배마저 못 받아 삐치고,
......^;^......
이제 다시 일상의 시작입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아들녀석 생일상을 차려주고 나니
농장에선 너무 익어 검은 색조차 감도는 사과들이
뜨거워 죽겠다고 원망의 눈초리를 쏘아댑니다.
알았다고,
에겅, 겨우 하루 놀았다고 밀린 일들이 산더미네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저는 사과 따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