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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궤열차의 추억이 서려 있는 포구, 소래(蘇來)



  어떤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내일도 새로울 것이 없으리라는 예감에 사로잡히는 가을은 난
감하다. 굳이 어디서부터라고 원인을 찾는 것부터 소비적인 일상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
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밀고당기는 긴장감을 잃어버린 나날들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밀물처럼 늘 차오르기만 바라는 삶에서 썰물은 생의 또다른 나락을 의미하기도 한다. 해 지
는 서해에서 물 빠진 개펄을 바라본적 없는 사람들은 반쪽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풀리
지 않는 실타래처럼 억지로 풀려고 하면 더욱 엉키는 것이 세상살이다. 때론 가만히 놓아두
면 언제 그랬냐는 듯 풀리는 것이 또 세상살이의 속성이 아닌가. 뭍으로 오르고 싶은 바다
와 바다에 닿고 싶은 육지의 소망들이 만나면 파도소리로 가슴까지 시리게 하지만 그 바다
와 육지가 멀어지면서 드러내는 개펄은 또 얼마나 마음을 저리게 하는가? 간간이 들리는 통
통배의 엔진소리와 갈매기 울음소리는 여느 포구에서나 들을 수 있는 소리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속으로 삭이는 나름의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곳이 소래포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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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철교 위에서 해넘이를 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소래에서 보낸 하루는 너무 짧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