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송찬호
한 접시의 해안에 먹고 버린 고기뼈가 좌초된 뗏목처럼
걸려 있다 아침마다 나는 유리병 하나씩 배달 받는다
가 닿을 해안도 없이 이 유리병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나는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수많은 해안이 겹쳐 쌓여 조개껍질처럼 딱딱해진 손
손은 내일에 대하여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다만, 하나의 불빛을 간직하고 있었다
한번도 가닿지 못한 해안을 향하여 항해하면서 늙어갔어도
늙어서도 꺼지지 않는,
어느덧 나는 땅의 끝에 서 있다
밤새 바다를 날아온 새들이 창문을 두드린다
투명한 해안이 가까워 온 줄도 모르고
* 여러번 이 집에 들어 왔다가 도둑고양이처럼 몇 편의 시들을 집어 들고 나가곤 하였습니다. 시가 잘 써지지 않을 때 "좋은 시"에 모아 두신 시들을 읽곤 했지요. 저도 좋은 시 한편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만...... 문득문득 습관처럼 저는 중얼거립니다. "나는 언제쯤 해안에 닿을 수 있을까...!!!" 동굴을 향해 외치는 알리바바의 틀린 주문 같습니다. 그러나 "투명한 해안이 가까워 온 줄도 모르고" 이미 해안 근처를 서성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다시 저를 일으키곤 하였지요. 사실, 시란 그렇게 해안에 닿는지도 모르고 쓰는 표류의 일기 일 것입니다. 후배님도 ^^ 지금처럼 좋은시 많이 많이 쓰시기 바라며, 시란 이름을 놓치 않는다면 이다음에 어딘가에서 문득 만나지리라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