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이발
-문태준
때때로 나의 오후는 역전 이발에서 저물어 행복했다
간판이 지워져 간단히 역전 이발이라고만 남아 있는 곳
역이 없는데 역전 이발이라고 이발사 혼자 우겨서 부르는 곳
그 집엘 가면 어머니가 뒤란에서 박속을 긁어내는 풍경이 생각난다
마른 모래 같은 손으로 곱사등이 이발사가 내 머리통을 벅벅 긁어 주는 곳
벽에 걸린 춘화를 넘보다 서로 들켜선 헤헤헤 웃는 곳
역전 이발에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저녁빛이 살고 있고
말라 가면서도 공중에 향기를 밀어넣는 한 송이 꽃이 있다
그의 인생은 수초처럼 흐르는 물위에 있었으나
구정물에 담근 듯 흐린 나의 물빛을 맑게 해주는 곱사등이 이발사
문학사상/2001년 2월
혹 읽으셨는지 모릅니다만 올해 읽었던 그 수많은 시들 중에
가장 좋은 시를 고른다면 이 글 한편을 고르겠습니다
늘 조금 조용하실때면 무언가 엄청난 일들이 터지곤 했었는데
이번에도 그러실 건지요...
조용히 머물다 가곤 하지만
항상 님의 집에 아침 저녁으로 들른 답니다
여전히 님에대한 감사한 마음들, 잊지않고 있습니다
좋은 하루, 시작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