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렸다지요.
남쪽 어딘가에서 함박눈이 내리는 동안
이곳에서는 찬바람만 가로등을 휘감고 있더군요.
눈 오는 것을 생각하면
나는 자꾸만 아스피린이 생각납니다.
아스피린가루약처럼 내리는 눈.
눈 온다고 밖에서 뛰어 놀다 들어온 저녁
어김없이 으슬으슬 소름처럼 돋던 감기와
그때 숟가락에 아스피린 가루를
물에 개어 먹여주시던 어머니,
그날 밤 내내 성에 낀 창밖에서
해열진통제로 내리는 눈…
그렇게 바라본 적이 있었습니다.
하늘 가장 높은 곳에 나의 시선이 걸릴 때까지
올려다본 후, 눈 한 송이만 쳐다봅니다.
그 한 송이 눈이 어떻게 바람을 가르며
바닥에 떨어지는지 바라보고 있으면,
그 먼먼 여정에서 내게로 오는 것들을
떠올려보게 됩니다.
어쩌면 당신도 이처럼 먼 길을 돌아 내게로 왔었을까.
아니 혹시, 눈송이처럼 엇갈리고 바람에 흐르는 것이
우리네 인연이었을까.
그래서 공중에 머물던 그 많은 시간들이
내가 죽음에 닿기 전의 세월인 것일까.
…
첫눈이 내렸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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