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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타다, 말하다

2001.12.27 11:26

김솔 조회 수:83

<말타다, 말하다>


우랄 산맥 속의 기마인들이
대륙과 날파람을 버리고
반도로 귀환하면서
가장 먼저 버림받은 것은 말(馬)이다.
빛나는 장신구들은
분노할 줄 모르는 가축들의 보호구가 되었고
가시 없는 벼를 말리기 위해
말집 위에 구들이 놓이면서
더 이상
갈기가 보이는 숨소리와
얽은 발굽자국과
출렁이는 근육을 잊어 버렸다
우리는 모두 순박한 농경인이다

막걸리집 속의 문청들이
방탕과 바랑을 버리고
닻 내린 삶으로 투항하면서
가장 먼저 버린 것도 말(言)이다.
낡은 시집들은 무게로 달아
물컹해진 육체를 달래는 진통제와 바꿨고
죄 없는 아내를 얻기 위해
말집의 주춧돌을 빼 시계와 바꾸면서
더 이상
너름새로 이어지는 운율과
형형색색의 음조와
넝쿨을 뻗는 은유를 잊어 버렸다
우린 모두 순박한 직장인이다

그래서
우리가 말을 하면
언제나 말똥냄새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