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은 잘 열리지 않고
그 앞에 서서
황황히 기다릴 때
그 창 속의
화분들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물 준 지가 꽤 오래 되었을 터인데.
모니터 위 캘린더도 끝장에 다다라
그 장을 넘기면
출장중·휴가중·회의중·교육중
글귀만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일년의 끝장은 다 그런 것인지
숫자에 동그라미 그려가며
기입했던 약속의 날들이
이 끝장을 위해 달려온 것만 같습니다.
세밑에 무언가 정리하자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자고
술잔의 날들은 많아도
나는 자꾸만 무언가
잊고 지낸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
창은 잘 열리지 않고
그 앞에 서서
"페이지 여는 중..."을
황황히 기다릴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