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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으러

2002.02.23 14:20

윤성택 조회 수:203 추천:3

   
           

토요일이라고
어디 간판이라도 걸어 놓은 것 마냥
햇볕이 무료하군요.
이런 날은 모든 것이 조용히
저녁 무렵으로 쏠려 있습니다.
분명 잘 반죽된 어둠이 고루 펴질 때
저는 뚬벙뚬벙 술의 수제비를 뜨고 있을 것입니다.
또 얼마큼 잔들과 잔들 사이를 비껴가며
양푼에 퍼지지 않도록
저녁공기를 허파 끝에 매달아 놓을까요?
약속이 그리움 편이라면
가끔 이런 휴일에
모든 일을 버리고 투항하고 싶어집니다.
겨울이 개점휴업 상태인 요즘,
흥얼흥얼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을 나무들과
편대비행을 미루고 있는 자유로 옆 들판의 철새들과
둥글레에서 녹차로 입맛을 바꿔 탄 내 머그컵과
시든다 싶어 맥주캔 하나 뜯어 부어주었던 동백화분과
전화기가 꺼져 있어∼라고 안내하는 번호의 적적함과
봄을 맞으러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