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산
신현배
덧니처럼 삐쭉빼쭉 돋아난 바위들이
치약 거품 같은 안개에 싸여 있다.
오늘은 산이 모처럼 양치질을 하나 보다.
이 물 저 물 다 떠내어 입 안을 가셔 내고
골짜기 아래로 푸 푸우 내뱉는가.
양칫물 흐르는 소리 도랑에서 들려 온다.
후배들 커뮤니티에서 본 동시인데 요즘 나는 이런 시에 감명 받는다.
아직 유년에 대한 보상 기대치일까.
자고 나니 어른이 되어 있는 세월이 결리는구나.
대학원은 잘 다니고 있구나.
훗, 나도 그리운 선생님이시지.
그 옛날 졸업작품 소설을 포기하고 시만 내겠다고
그 말을 하러 갈 때
내가 얼마나 웃겼더냐.
연구실로 싸구려 양주와 우유, 햄을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갔다가
대낮부터 웬 술이냐고 홍당무가 되도록 창피 당했는데
그날 저녁,
아르바이트 끝나고 오는 길에
교수님이 날 찾는다고 네가 전화했었지.
그 밤 츄리닝 바람으로 나오신 교수님.
손수 그 싸구려 양주를 나눠주시고
밤새 술을 마셨던 기억이 아직도 훈훈하다.
그래 언제 한번 찾아뵈어야지.
어차피 나눌 얘기도 있고.
^^
너도 건강하고,
한때 일간스포츠 신춘문예 소설 최종심까지 올랐던 저력을 발휘하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