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RE] 그리운 시절

2002.03.21 18:51

윤성택 조회 수:192

봄 산

신현배


덧니처럼 삐쭉빼쭉 돋아난 바위들이
치약 거품 같은 안개에 싸여 있다.
오늘은 산이 모처럼 양치질을 하나 보다.

이 물 저 물 다 떠내어 입 안을 가셔 내고
골짜기 아래로 푸 푸우 내뱉는가.
양칫물 흐르는 소리 도랑에서 들려 온다.



후배들 커뮤니티에서 본 동시인데 요즘 나는 이런 시에 감명 받는다.
아직 유년에 대한 보상 기대치일까.
자고 나니 어른이 되어 있는 세월이 결리는구나.

대학원은 잘 다니고 있구나.
훗, 나도 그리운 선생님이시지.
그 옛날 졸업작품 소설을 포기하고 시만 내겠다고
그 말을 하러 갈 때
내가 얼마나 웃겼더냐.
연구실로 싸구려 양주와 우유, 햄을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갔다가
대낮부터 웬 술이냐고 홍당무가 되도록 창피 당했는데
그날 저녁,
아르바이트 끝나고 오는 길에
교수님이 날 찾는다고 네가 전화했었지.
그 밤 츄리닝 바람으로 나오신 교수님.
손수 그 싸구려 양주를 나눠주시고
밤새 술을 마셨던 기억이 아직도 훈훈하다.

그래 언제 한번 찾아뵈어야지.
어차피 나눌 얘기도 있고.
^^
너도 건강하고,
한때 일간스포츠 신춘문예 소설 최종심까지 올랐던 저력을 발휘하길 바래.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58 저장하시겠습니까? [5] 2002.03.28 192
857 안녕하세요 [2] 소군산 2002.03.27 270
856 명랑 소년 상경기 [2] 신민철 2002.03.27 115
855 떠나보낸다는 것 [4] 천서봉 2002.03.27 204
854 환생.. [2] 현욱 2002.03.27 115
853 이별, 그리고 거울 속의 부재不在 [5] 이창호 2002.03.27 240
852 쐐기풀에 쏘이고 [4] 발레뜨망 2002.03.26 142
851 성택에게 [2] 최승철 2002.03.26 200
850 아낌없이 주는 나무 [2] 김혜경 2002.03.26 124
849 '환생'에 출연한(?) 강아지 [2] 준하 2002.03.23 191
848 벗꽃내리는날에<2> [1] 고성호 2002.03.23 222
847 벗꽃을보며 [1] 3243 2002.03.23 284
846 환생 을 읽고.. [1] 열매 2002.03.22 148
» [RE] 그리운 시절 윤성택 2002.03.21 192
844 있잖아... [1] 에릭 2002.03.21 183
843 절대로 창문열지 마세요.... [2] 어리연꽃 2002.03.21 142
842 봄은 봄인가봐 [2] prany 2002.03.19 188
841 선배님 다음에 뵙겠습니다. [1] 김병곤 2002.03.18 263
840 오랜만에... [2] 이창호 2002.03.17 181
839 선배님 내일 시간되시면... [1] 김병곤 2002.03.16 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