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봄바람도 심심한 모양입니다.
반쯤 열려진 문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툭툭 발로 차는 소리.
내가 밖에 나오자마자
쪼르르 달려와 머리를 헝클어놓고
머리 깎을 때가 되었지?
라고 묻는 것만 같습니다.
밤새 다짐했던 것들이
아침이면 알콜의 저편으로
쑥스런 생각들이 되곤 하는데,
참 세상사는 일들이
뽕짝 경음악 같은 날입니다.
너털너털 모난 것들에게 반응하며
먼지 폴폴 날리는 비포장도로,
그 버스에 당신과 나는 탔을라나.
아무리 생각해도 뒤돌아보면
먼지 자욱한 날들.
거기가 어디였더라.
머리 속에는 골목과 골목을 지나
기억은 어느 벚꽃나무 아래
흐드러져 웃고 있는데.
이 녀석의 봄바람은
나 사춘기시절 역마살이 끼었다고
나는 불치병 뇌종양이라고
스스로 뻥치고 다녔던 시절만 같아,
화장실에 앉아 그 시절로 문자메시지라도
보내고 싶은 날.
끙! 하고 변기에 뱀 한 마리 풀어놓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