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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스승, 비

2002.05.15 16:40

윤성택 조회 수:216 추천:1


비가 오는 줄 알고
비 오는 수요일이네.
빨간 장미 노래도 있군.
하면서 조그만 삼단짜리 우산을
가방에 챙겨 넣고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여태 비는 오지 않네요.
남부지방은 호우주의보라던데
아직 이곳은 어수룩한 구름들만
왕왕히 오락가락합니다.
게다가 오늘은 스승의 날이고
그러다보니 추억은 죄다
선생님 쪽에서 불어옵니다.

"성택이가 홈페이지에서 선생질하고 있더라"

이 말에 저는 어찌나 웃었던지요.
그 말씀하실 때 선생님의 장난스런 미소가
떠올랐기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네요.
모쪼록 감사메일이라도 드려야할텐데
추억은 시간으로부터 게으른 원심력을 작용시키나 봅니다.
오늘 수많은 카네이션들이
선생님들에게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다시 해!" 색종이가 없는 나머지공부로 울분(?)의 일기를 쓰게 하신 선생님,
야간자율학습시간 책 빌리러 도서관으로 도망친 나를 간과하신 선생님,
이게 시야? 버려! 교탁 아래로 날아가는 A4를 무사히 받게 하신 선생님,
수강생 중 졸업생이 나뿐인 강의 시간에 졸업 후 진로와 직업관을 오랫동안 당부하신 선생님,
막걸리 잔을 들이킨 다음 주위 자갈 한 알을 입에 넣고 세상의 안주를 일깨워주신 선생님,
칠흑같은 새벽, 나무를 두 팔로 안아라, 나무와의 소통을 알려주신 선생님.  

지금 바람이 많이 붑니다.
추억쪽에서
그리고 남쪽에서
비구름이 북상중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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