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휴가 동안
늘 취해있긴 했지만
마침표는 심어
장대비에 쓸려가지 않도록
꼭꼭 밟아 두었는데
젖은 몸으로
일상으로 돌아와
짐을 풀어보니
그 자리를 찾을 수 없는 거야
어찌 구더기 끓는 시체만 챙겨
도망치듯 빈 집을 떠나왔던고
왜 앞산은 침묵했던고
난 왜 이리도 무던한고
나는 여전히 왜 감옥을 동경하는고
결국 또 다시
불임의 시간은 시작되고
난 내 알리바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니깐.
어디서 형은
예민한 귀를 두 개나 얻었을까
어떻게 그 귀를 단련시켰을까
어찌 마음이 온통 귀로 되어 있나
술이 흐르기를 멈추고
비도 그치니까
마침표를 찍어 둔 어딘가에서
독버섯이 자라나고 있나봐
내 몸에서 악취가 고약하군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많은
양파 껍질을 벗겨내어야
詩를 쓸 수 있는 거지, 형?
참, 본 지 오래됐네
여기 들른지도
낯섬은 날섬과 같아서
낯선 것들에 늘 마음이 베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