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대구까지 그 자도 자도 기차 안인 풍경에
비도 내렸고, 무지개도 보았고
시리즈로 나눠 꾸는 꿈들이 함께 했습니다.
자다가 지치면 원고지를 꺼내 들고
낭송해야할 결혼 축시를 삐뚤빼뚤 적었습니다.
살면서 첫사랑과 결혼하는 친구,
참 행운도 보통이 아닌 듯 싶더군요.
내 첫사랑은 누구였을까
아득하기만 저 기억 저편
설레임의 아랫목이 쩔쩔 끓고 있을 때
거기 가만히 눌러 앉은 사람.
나 방바닥 손으로 짚으며
얼마나 뜨거워했을까.
그게 첫사랑이라면 그이도 기억해야할텐데…
원하는 대로 무조건 사준 새 신랑 덕택에
돌아오는 기차 안까지
술김에 살았습니다.
지금 와 생각해보니
결혼은 아마도 희망을 공유하는 거다.
'거다'라고 되씹어봅니다.
아, 나이 서른,
생각할 때마다
어우우∼! 늑대소리 내고 싶습니다.
가진 것도 없고
이뤄낸 것도 고만고만인 삶,
가을이 깊으니 나를 꺼내기도
쉽지 않은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