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툭툭, 털어서 기찻길 옆 논바닥에 심었더니
어느새 콤바인 들어와 가을걷이 한창인 때,
울아버지도 가을걷이 한다고 햅쌀 나오면 먼저 보내준다고
굵은 손에 핸드폰 다부지게 쥐고 기다려라 하시는데.
윤성택 시인도 가을걷이 언능언능 잘 하고 있겠죠.
건필하세요.
댓글 1
윤성택
2002.10.11 14:35
그러게요, 하루가 다르게 벼이삭이 누렇게 유순해지는 것을 보면 가을 앞에 순응하는 것들이 아름답기 그지없더군요. 해장국을 먹은 후 아직 덜 깬 술로 교보문고에서 문예잡지를 보고 있던 저를, "윤성택 시인이시죠?"라고 물어보셨었죠? 실은 나중에 화장실에서 거울보고 알았지만 제 치아에 낀 붉은 고춧가루 한 조각처럼 내심 창피했습니다. 제가 자랐던 시골에서 나시고, 제가 다녔던 학교를 다니고 계시다니 참 혈육(?) 같은 분인데 소홀히 맞이한 건 아닌지 미안해집니다. 다음에 만나면 미안하지 않을만큼만 제가 아는 척 하겠습니다. 그땐 못이기는 척 저처럼 치아에 고춧가루 하나 같이 끼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