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리의 모래밭이 있어 그곳 처녀는 모래 서말을 먹어야 시집을 간다는,
조용하나 따뜻한 풍경들이 지천에 널린 섬에서 눈부신 쓸쓸함과 더불어
보름 정도를 지냈습니다.
섬에서 쓰기 시작한 소설은 집으로 돌아오자 거짓말처럼 단 한 줄도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훔쳐온 풍경 몇 개를 두고갑니다.
날마다 이곳을 들여다보면서도 매번 글쓰기를 누르지 못하고 나갔었지요.
놓는 일도 붙드는 일도 수월치않은 가을을 견디고 있습니다.
댓글 1
윤성택
2002.10.18 15:02
사진 속으로 한발 들여놓아 보았습니다. 사진의 테두리를 없애고 그 안 막아 놓았던 소리나 빛깔의 뚜껑을 열자 바람이 부는 것 같습니다. 괴나리봇짐 안고 모래바람 속을 얼마나 걸었을까. 내내 그 처녀를 생각해봅니다. 좋은 곳에 다녀오신 것 같네요. 그곳에서 돌아온 소설도 아마, 향수병에 걸린 듯 합니다. 그 갈대나 파도가 받아 적으라던 이야기가 더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