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재고의 여지가 없이 줄기차게
내 삶을 씹어왔던 치아 둘이
나를 치과로 데려갔습니다.
모니터 화면을 가리키며 색을 보라고
의사는 마스크만큼의 위협적인
시술을 암시했습니다.
깨보면 안다, 그 안이 다 썩었다!
나를 달게 만들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습니다.
오늘은 내 입을 활짝 열게 기구를 끼워 놓고
한참동안 딴 일을 보는 통에
처음 아구통을 앓아보았습니다.
그때 늑대다, 거짓말했던 세 번의
양치기 소년이 생각난 것은 왜일까요.
양치질을 게을리 했던 상상력이
나를 그 동화의 소년으로 만들었을까요.
어쨌든 한참동안 차마 눈을 뜰 수 없는
철공소 일이 끝나자 하얀 이 속에
쪼끄만 금이 또아리를 틀고 앉았습니다.
이제 다시 나는 늑대처럼
무엇이든 뜯어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흐,
양치질 꼭 하고 잡시다.
무서워.....사랑니 수대로 사랑을 한다면 아직도 네 번이다. 세상에 같은 사랑은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