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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겨울의 눈
2002.12.30 23:01
윤
조회 수:176
...
희부옇게 한밤중 어둠을 밝히듯
죽은 여름의 반디벌레들이 일제히
싸늘한 불빛으로 어지럽게 흩날렸다
...이형기
...
한밤으로
황동규
우리 헤어질 땐 서로 가는 곳을 말하지 말자.
너에게는 나를 떠나버릴 힘만을
나에게는 그걸 노래부를 힘만을.
눈이 왔다, 열한시.
펑펑 눈이 왔다, 열한시.
창밖에는 상록수들 눈에 덮이고'무엇보다도 희고 아름다운 밤
거기에 내 검은 머리를 들이밀리.
눈이 왔다, 열두시
눈이 왔다, 모든 소리들 입다물었다, 열두시
너의 일생에 이처럼 고요한 헤어짐이 있었나 보라
자물쇠 소리를 내지 말아라.
열어두자 이 고요 속에 우리의 헤어짐을.
한시
어디 돌이킬 수 없는 길 가는 청춘을 낭비할 만큼 부유한 자 있으리오
어디 이 청춘의 한 모퉁이를종종걸음칠 만큼 가난한 자 있으리오
조용하다 지금 모든 것은.
두시 두시
말해보라 무엇인가 무엇인가 되고 싶은 너를.
밤새 오는 눈, 그것을 맞는 길
그리고 등을 잡고 섰는 나
말해보라 무엇인가 새로 되고 싶은 너를.
이 헤어짐이 우리를 저 다른 바깥
저 단단한 떠남으로 만들지 않겠는가.
단단함, 마음 끊어 끌어낸......
너에게는 떠나버릴 힘만을
나에게는 노래부를 힘만을.
...눈을 맞고 퇴근하는데...가로등에 비춰져 눈에 어리는 것들이 정말 반디벌레의 불빛 같았습니다...와...하는 탄성과 함께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내내 '그래 반디...반딧불같은...메모를 해두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돌아왔는데...이형기 시집에서 이 시를 보고 말았답니다...^^... ...아마도 예전에 보고도 잊었나봅니다...아니지요...제 속 어딘가에 깊숙히 각인되었다가 폴폴 눈 내리는 날 날아오른건지도 모릅니다...
하여, 겨울이면 생각나는 시 하나로 잠시라도 설랬던 맘을 달래기로 했습니다...
...
한시
어디 돌이킬 수 없는 길 가는 청춘을 낭비할 만큼 부유한 자 있으리오
어디 이 청춘의 한 모퉁이를종종걸음칠 만큼 가난한 자 있으리오
조용하다 지금 모든 것은.
...
...늘 감사하다는 몇마디 글뿐 달리 표현할게 없습니다...가끔 시만 남기고 갑니다...늘 몸 건강, 마음 건강하시길...
댓글
1
윤성택
2002.12.31 11:10
'제 속 어딘가에 깊숙히 각인되었다가 폴폴 눈 내리는 날 날아오른건지도 모릅니다'에서 다시 천천 되읽습니다. 참 따뜻한 자기 점검이지 않은가. 윤님께서는 참 많은 독서를 하시는 것 같아 저 또한 배우고 있습니다. 윤님 또한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좋은 소식도 함께 하길 바라겠습니다. 참, 강의도 하시고 또 직접 작업(!)도 하시는지요. 의뢰하고픈 더벅머리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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