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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일과도 동떨어져 있었고, 매사에 꽤 냉정했지만 예측 불가능한, 좀 이상한 부분이 있었고 그게 순수했었다는 뜻이야. 그리고 그런 부분이 그녀의 매력이기도 했지. 여행이란 불가사의한 것이니까......그렇다고 '인생은 여행이다'라든가 '여행의 동반자'라든가 그런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고, 이틀이고 사흘이고 같은 멤버가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남녀의 구별도 일거리도 점차 없어지고. 피로한 탓인지 묘하게 기분만 고조되잖아? 돌아오는 차 속에서는 왠지 헤어지기 싫어서, 필요 이상 명랑해지기도 하고, 무슨 얘기를 해도 재미있고 우스워서, 이렇게 사는 인생이 어쩌면 진짜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즐거워지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집으로 돌아가도 그런 느낌들은 사방에 잔상처럼 머물러 있지. 이튿날 아침 혼자 잠에서 깨어나, 아니? 그 사람들은? 하고 잠이 덜 깬 눈으로 아침햇살 속에서 괜스레 서글퍼지곤 하잖아? 그러나 뭐 어른들이란, 그런게 다 지나가고 마니까 아름다운 것이라고 치부하며 살아가지. 그런데 마유는 달랐어. 단 한번이라도 그런 걸 느끼면, 책임지고 지속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믿는 어리숙함이 있었어. 게다가 이 세상 모든 호의 중에서 그 느낌이야말로 사랑이라고 생각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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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 반드시 구원될, 나는 그것을 애절하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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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무엇이든 너무나 강렬한 체험을 하게 되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싹 바뀌고 만다는 얘기를 흔히 듣는데, 내 경우는 그런 게 아니지 않은가, 하고 때때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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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자신과의 타협점을 어디에서 찾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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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해한 부유감이다.
이렇게 이상한 정신상태에서도 '나'를 끊임없이 영위하며, 지칠 줄 모르고 숨쉬고 있는 나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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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도 이제부터 다 알게 돼"
장르가 제각각이라 설득력이 부족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얼버무렸다.
상관없다.
무엇이든 스스로 통과하여 획득하는 것이 가장 생생한 포획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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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늘 거기에 충만히 있으면서, 쉽사리 만질 수 없는 찬란한 것이 있다.
나는 그것이 때때로 나를 감싸고 있음을 느낀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그때에서 이때로 흐르는 물처럼 풍요롭게, 마셔도 마셔도 마르지 않는 달콤한 산소.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서 보석을 꺼낸다는 전설 속의 성자처럼, 나는 분명 내 몸 속 어딘가에 그것들을 꺼내는 방법이 마련되어 있음을 늘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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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리타, 요시모토 바나나...
2001, 10,5,13:50 이걸 읽었었다. 산다는건 늘 신기하다.
인간의 정서가 보편적 감성에 잇닿아 있다면 책 속의 좋은 구절 또한 공감이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구절을 옮겨오기까지 타이핑의 수고스러움이 있었을 터인데 고맙습니다. '어른들이란, 그런게 다 지나가고 마니까 아름다운 것이라고 치부하며 살아가지' 부분에서 생각이 잠시 둥글어집니다. 사는 날보다 추억이 더 많아지는 접점에서 나는 어디에 위치한 것일까. 페이지 끝이 보이는 책읽기의 아쉬움처럼, 인생도 끝 페이지가 있겠죠. 이런 설정. 단 육 개월밖에 살 수 없다면 하루 하루 아침에 일어나 어떤 생각이들까? 그런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님의 말대로 늘 신기한 것이 삶이 아닐까 싶네요. 뉘신지 모르겠지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