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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빠져나가려는 중
2003.03.07 00:02
...
조회 수:199
추천:1
세상을 빠져나가려는 중이야
쉬잇 내 말을 들어봐
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야
다. 시. 는. 돌. 아. 오. 지. 않. 는. 다
다시 돌아와도 찾을 수 없도록
도와줘 데이지, 내 얼굴을 먹어줘
내 의자와 찻잔을, 이름과
구두를 삼키고 동그란 꽃봉오리를
단단히 오므려버려 숱한 풀꽃더미
사이로 숨어버려 새 주소에도
검은 새떼가 그림자를 떨어뜨렸어
포크레인이 앞산을 퍼먹으며
뿌리없는 나를 향해 다가오고 창문을
열면, 녹슨 모래언덕이 무너질듯
데이지, 그런데 난 돌아오고
싶을 거야 야수와 포옹할 미녀를 기다리며
끝없이 기나긴 불안의 끄나풀이 되고 말거야
도와줘 데이지, 돌아올 수 없도록
내 생의 사진들을 먹어줘.
이상희, '데이지 화분에 얼굴을 묻고'
진종일 비는 내리는데
비에 막혀 그대로 어둠이 되는 미도파 앞을 비는 내리는데
서울 시민들의 머리 위를 비는 내리는데
비에 젖은 그리운 얼굴들이
서울의 추녀 아래로 비를 멈추는데
진종일을 후줄근히 내 마음은 젖어내리는데
넓은 유리창으로 층층이 비는 흘러내리는데
아스팔트로 네거리로 빗물이 흘러내리는데
그대로 발들을 멈춘 채 밤은 내리는데
내 마음 속으로 내 마음 흘러내리는 마음
내 마음 밖으로 내 마음 흘러내리는 마음
사랑하는 사람을 막고 진종일을 비는 내리는데
...
아무런 기쁨도 없이 하는 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데
하루가 오고 진종일을 비는 내리는데
비에 막혀 미도파 앞에 발을 멈춘 체 내 마음에 밤은 내리는데
비는 내리는데, 조병화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
사선이다.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이토록 경쾌하게 보여주는 유리창
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
수직으로 흘러내린다
사선을 삼키면서
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
흘러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도록
더 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
출렁거리는 수평선
가끔은 엎질러지기도 하면서
빗물, 다시 사선이다
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
순간 사선 위에 깃드는
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
뛰어내리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
빗방울,빗방울들, 나희덕
내 하루의 화폭 위에
빨간 다알리아꽃 물이
길
게
떨어진다.
비오는 날, 고창수
...
꽃물이 번진다...세상을 빠져나가는 중일까?
...^^...시인님, 제가 전에 읽었던 글들 가끔 올리는 것이니 그리 고맙다 표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그닥 어려운 일도 아니고...문득문득 생각이 나서 옮겨놓는 활자들, 그 기억으로 저도 살아가는 것이니...
댓글
1
윤성택
2003.03.07 14:58
신기한 일이군요. 각기 다른 시들이 모여 하나의 스토리와 그 안 색다른 감정 빛깔로 보여지다니요. 만일 저라면 그게 누구 시였더라? 질문만 되풀이하다 일찌감치 그만두었을 것 같네요. 덕분에 음악과 함께 봄비 내리는 날, 시에 흠뻑 젖어봅니다. 식모용 커피 한 잔 곁들여지면 다름 아닌 시다방, DJ로시군요. 하하. 젖을 대로 젖은 창밖 풍경에서 일찌감치 켜진 커피숍 간판등이 훌쩍 방음벽을 뛰어 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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