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고 잠든 새벽에,
누군가의 꿈을 대신 꾸다가,
주술처럼,
어떤 단어를 듣게 되었는데,
"바이스 어드바이스"
이 단어를 듣고 난 후,
일종의 강박관념 때문에,
아침까지 잠을 설치면서,
영한 사전을 뒤졌는데,
언어는 발음되어지는 순간 흐려지는 것이어서,
혹은 무한히 증식되는 것이어서,
그것들을 문자와 일대일 대응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그래서,
시니피앙(기표)과 시니피에(기의)의 세계에선
일부일처제나 일처다부제는 불가능하며
중혼이나 다부다처제만이 가능하다고 하겠는데,
소리도 일종의 기의가 아닐까,
그렇다면 소리와 문자의 관계도
알리바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는 불륜일 텐데,
꿈 속에 들었던 소리를, 깜냥으로,
좁은 식견 안에서 해석 가능한 문자로 옮기다 보니,
"vice advise"이거나
"bias advise"이거나
"boy's advise"이거나
"by advise" 혹은 "by-advise"이거나,
"bye, advise"이거나,
위 어느 표현들이 서너 겹씩 겹쳐 있거나,
아니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전혀 다른 뜻이거나 문자이거나,
가령, 라틴어였거나 고대 캘트어였거나 그리스어였거나,
"현실은 우주적 질서의 표현이며,
지식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일반성을 띄고 있다."(보르헤스의 표현대로라면)는
플라톤의 믿음을 추종하여,
"존재하는 모든 지식을 공통 기호 속에 담을 수 있다고 믿은",
(이 역시 보르헤스의 표현인데, 모든 도서관의 열쇠인 보르헤스에게 경외를!)
데카르트나 로크가 자신들의 서재에서 홀로 만들어낸 세계 언어였을 수도,
그런데,
그 많은 언어 중에, 왜 하필,
"vice advise"라는 시니피에만이,
마치 맞춤옷처럼 내게 이해되는지,
사실, 영한사전을 열어보기 전까지,
나는 오직 이 문장만을 생각했는데,
사전은 마주보고 서 있는 거울처럼,
그 사이에 빠져든 하나의 문장을 무수한 의미로 증식시키는 모양인데,
프로이트 박사의 해석을 추종하는 나로선,
칼날처럼 의식에 꽂힌 그 문장이,
무의식의 세계로부터 날아든 것이라고 추정하는데,
나는 작가를 꿈꾸면서도,
선한 세상에서 머물려고만 하고 있으니,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쓰고 필화를 겪던 장정일이 오래 전에 내뱉은 탄식처럼,
왜 요즈음의 작가들은 세상에 싸움을 걸지 않는지,
현실에 완전히 엎드려버린 내게,
내 무의식의 대부분인 카프카가,
현실의 얼음을 깨기 위해서 벼린 도끼를 던진 건 아닌지,
과연 세상 어느 곳에 지음知音이 있어 내게,
"vice advise"를 해 줄는지,
세상의 모든 술은
무의미한 언어와 치기어린 방탕만을 낳을 뿐,
지금 내게서,
작가의 꿈이 거세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평안한 거죠?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