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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중에서...
2003.03.21 11:09
...
조회 수:182
추천:1
Eternity-Atsushi Tohno
...그녀는 제풀에 신이 나서 또 라면이 꼬불꼬불한 이유에 대해서 아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당연 모르고 있었으므로 그는 인형처럼 고개를 가로저었다.
"외롭기 때문이에요. 너무 외로운 나머지 가닥마다 배배 꼬여 있는 거죠. 이제 알겠어요?"...
..."그런데 막상 우리는 그 사이에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 몰라요. 네, 모든게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해 가고 있어요. 불과 어제 만났던 사람의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그 사이에 뭔가 또 변했기 때문이에요. 감당하기 힘든 일이에요."...
..."그쪽이 좀더 담담해지면 좋겠어요. 따지고 보면 사람의 기억이란 것도 단지 필요한 것중 하나일 뿐이에요. 생필품처럼 말예요. 어둠 속에 혼자 벌거벗고 누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무의미한 존재로 변해요. 지금부터 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쿨하고 심플하게 살아가는 거예요. 아마 그게 인생의 전부인지도 몰라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아직 못가진 것들이 많지만 하나씩 마련할 생각이구요..."
..."그래요, 감정이 없는 인간으로 살아가기보다 모니터에 빨간 OFF신호가 들어오는 걸 보는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죠. 네, 기다리죠. 실감이 나지 않는 인생이란 정말이지 끔찍할 정도로 권태스러운 것이더군요..."
..."왜 몸이 아플 땐 귀가 잘 안 들리죠? 저만 그런가요? 귀에 푸르스름한 안개가 들어차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누군가 안개 속으로 저벅저벅 발자국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와요. 그 사람은 끊임없이 걷고만 있어요. 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가 봐요. 그게 누굴까요? 절까요?"...
...누군가 나의 등을 두드려 뒤를 돌아보는 순간, 오수의 잠결이 밀려와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어두운 계단 모서리에 지친 다리를 끌고 잠시 앉아 있다 일어나는 순간, 우리들의 기억은 한갓 낡은 실처럼 쉽게 끊어져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막상 소설을 끝낸 지금 나는 왜 이다지도 외로워진 걸까. 갑자기 전원이 나가버린 컴퓨터처럼.
지난해 겨울부터 봄까지 나는 아마 사이보그로 살았던 모양이다. 그때 내가 만났던 키 작은 여자처럼, 그렇게.
작가의 말 중-
< 윤대녕 '사슴벌레 여자'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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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뭔지 모른다.하지만 만일 그런 것이 번쩍번쩍, 반짝반짝거리며 어딘가에 손도 대지 않은 상태로 있다 할지라도, 그러한 기운을 감지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만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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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운명의 힘, 강이 가지고 있는 힘, 자연이나 건물이나 산들이 서로 연결되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발산하는 힘이 어쩌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모든 것이 뒤섞이고 서로 이어져서 내가 이곳에 있고, 혼자가 아니고,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 속에서 뭔가 반짝반짝 빛나는 걸 느꼈다.
-오카와바타 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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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건 지옥이다>라는 것은 <살아가는 건 천국이다>와 똑같은 <의미의 분량>으로 대치할 수 있을 것같은 생각이 듭니다. 어느 쪽이 좋다거나 나쁘다는 게 아니라 <자신>이라는 것에 대한 의식을 여하튼 계속해 가는 것, 그 자체에 천국이나 지옥과 같은 그 어떤 것이 생기는 겁니다. 바로 그러한, 계속해 가는 것에 대해서 표현하고 싶어서 썼습니다.
-후기
< 요시모토 바나나 '도마뱀'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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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여섯에, 그 파란 대문집 마루에 앉아 오빠의 편지를 기다리다가 내 발바닥을 쇠스랑으로 찍어버렸던 열여섯에, 나는 생은 독한 상처로 이루어지는 거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그 독함을 끌어안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순결한 한 가지를 내 마음에 두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그걸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겠다고. 그러지 않으면 너무 외롭겠다고. 그저 살고 있다가는 언젠가 다시 쇠스랑으로 또 발바닥을 찍어버리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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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원에 와서 처음으로 그의 입을 통해 산업역군이라는 말 대신 삶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는 말한다. 삶이란 아름다운 것이라고. 왜 아름다운 것인지에 대해서도 그는 말했을까. 기억나지 않는다. 삶은 아름다운 것. 이라고만 했다. 아름다워서 우리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아름다워서 우리에게 무엇을 앗아갈 것인지에 대해 그는 말하지 않는다. 다만 아름다운 것, 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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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숙 '외딴방'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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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었다는 느낌,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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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잘 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어느 순간 갑자기 그걸 알았지요. 길을 잃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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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고 남자 역시 내 눈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무언가, 물결 하나가 그 사이를 흐르고 있는 듯 일렁이는 시선과 시선의 간극. 그것은 아득히 멀고, 또한 숨이 가쁠만큼 가까웠다. 이 용납되지 않는 그리움과 간절함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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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미망을 생각한다. 숨고자 했던 헛된 욕망과, 발각당하고 싶었던 간절한 욕구사이에서 그렇게 떠도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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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를 처음 만났던 날. 그 여자는 고흐가 자른 귀가 어느 쪽 귀인가를 물었던 누군가에게 대답했었던 것이다.
고흐가 자른 게 정말 귀였나요?
현실의 미망이 아니구요?
고백하건만, 그날 나는 그 여자를 보호해주고 싶었다. 나 스스로도 보호할수 없는 주제에 갑자기 그 여자를 보호해주고 싶어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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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운가요?
그때마다 나는 슬몃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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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벼랑과 바닥 사이의 허공에 걸려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아직 바닥까지 추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며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절대로 저 바닥에 납작 엎드려지는 일은 없으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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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신비로운 냄새가 난다.
그 냄새 속에 머물러 있는 기억에 대고 나는 말한다. 내 평생의 추락 동안 절대로 꽃은 지지 않으리라고. 내가 기어코 어느 날 바닥에 납작 엎드리게 될 때에도 꽃은 여전히 그곳에 피어 있으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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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꽃은 가끔씩 그 꽃잎을 바람에 흔들게 될 거라고. 누구도 볼 수 없는 몸짓으로. 아주 작고 작은 몸짓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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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숙 '꽃의 기억' 중 >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 속에 묻혀 있는 빛을 온 힘을 다해 온 마음을 다해, 두려움 없이 이 부조리한 삶 속에 드러내는 행위죠.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를 향해 가면서 동시에 자신의 궁극에 이르는 길이예요.나는 이 사랑을 등을 뚫고 나갈 긴 칼처럼 내 몸 깊숙이 받아들여요. 사랑이 무엇을 요구할지 알고 있으니까요. 그 운명적 요구를 향해 나 자신의 전부를 줄거예요. 생명을 주고 생명을 되찾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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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린 '열정의 습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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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왜 시가 내게로 왔을까' 라고 그렇게 스스로에게 물으신다고...
...제가 굳이 대답을 준비한다면 '생명을 주고 생명을 되찾는 일이니까', 라고 말하고 싶네요...늘 좋은 것만 얻어가서 나름대로 좋은 것 가끔 놓고갈 요량으로 올리는 건데...^^ ...물론 시인님도 그러하시겠지만...좋은 글을 보면 늘 눈이 환해지는 즐거움을 얻습니다...
...지난주 토요일부터 맹문재 시인님 강좌를 듣고 있습니다...그렇게 수업을 받는곳엔 처음이고, 모두 나이가 많으신 분들과 수업을 받다보니...좀 많이 어색하긴 하지만... 하나라도 더 배운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다니려고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향해 두려움없이... ...^^
댓글
1
윤성택
2003.03.21 14:28
그랬군요, 적어도 시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거기 제가 알기로는 작은교실 변삼학 님도 그 강의를 듣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시간 되시면 찾아보셔서 인사 좀 나누고 하세요. ^^ 그리고 좋은 글귀와 음악 고맙습니다. 글에서 느껴지는 자장이 참 차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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