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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워내는 소리...

2003.03.26 12:48

조회 수:190




이층 사무실 눈앞에 노오란 유채꽃이 하늘거리고 있군요 명신유리샷슈집 아주머니가 가꾸는 옥상 위 화
단 파. 쑥갓. 상추를 솎아내는 몸빼바지의 아줌마를 자주 봅니다 그 아주머니 올해는 웬일인지 유채꽃을
피워냈군요

유채꽃들이 황사바람에 전전긍긍하는 것을 봅니다 일년에 단 한 차례 잔칫상을 차려놓았는데 청첩도 보내
지 않은 황사가 와 망나니짓입니다


타클라마탄 사막에서 불어온다지요 천년 전에는 호수였다는 사막, 누란의 옛 그림자을 담고 있는 사막, 월
아천의 명사산 비파소리가 지금 들려옵니다


천산남로의 길을 지난 해 다녀왔지요 돈황의 밤, 한 사내가 야시장에서 두 딸을 데리고 해금을 켰습니다
여윈 어깨가 불러낸 노래의 물살을 급하고 가팔랐고요 그 밤에 불던 흙바람이 지금 눈앞에 지나가고 있습
니다 사는 것이 아직은 견딜 만합니다


누런 군용 담요처럼 하늘을 덮는 황사 기실 식물에게 흙이란 밥 아닙니까 수십만 리에서 날아온 밥! 사막
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노래와 뼛가루가 이 바람 속에 섞여 있으니, 이를 마신 저 유채꽃은 내년 봄 천년전
에 사막에서 사라진 사람의 눈동자를 피워내겠군요



...장옥관, '타클라마칸의 눈동자'

...^^...요즘은 부쩍 배가 고파져서...시시로 먹을걸 찾고 있습니다...시집 두권과 신경숙소설 '종소리', 허수경산문집, 관촌수필...모두 맛깔스럽게 유혹하고 있으니...
...봄이 지날무렵 내 안의 것도 도도록하니 살이 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시인님이 무쳐낸 봄나물도 한입 먹어보고 싶다는 발칙한 생각도 곁들입니다...헌데, 조록조록 무언가를 내내 키울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리 과한 상상이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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