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새가
나를 끌어다놓고 한 생을 받들게 했다
내가 기뻐하니 꽃이 피었다
뿌리가
내게 닿아서 한 생을 파들어오게 했다
내가 아파하니 꽃 졌다
봄 짧은 한 때 앵두나무를 만난 뒤로 남은 생이 두려웠다. 내 폐
위로 나무들이 지나가서는 산에 멎었다. 산마루마다 차라리 내 폐
를 벗어 걸어두고 들숨 쉬고 싶었을 때, 산은 내게서 달아났고, 나
는 허공에 남겨진 산색에 젖어 내려앉았다. 평지에는 내 육신을 덮
어쓴 일년생 화초들의 생만 남아서 난분분, 난분분, 희비에 떨었다.
그 뒤로 나는 한구석에서 앵두나무처럼 매년 살고 싶었다.
금년도 앵두꽃 피었다 졌을 뿐......
금년도 앵두꽃 피었다 졌을 뿐......
- 앵두꽃 피고지는 사이, 하종오
...앵두나무가 있는 집에 살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조금은 애옥한 살림살이로 늘 때절은 모습을 하고 다녀서인지 친구가 별로 없었습니다...어느 날엔가는 빨간 앵두를 봉지 가득 가져왔는데, 아무도 그 애가 따서 가져온 앵두를 먹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새콤한 그 맛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실상 그 애의 집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친구의 앵두나무라는 것도 잘못된 말인지 모르지만...
...^^...한 친구의 유년을 생각할 땐 늘 앵두나무가 생각납니다...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의 제제처럼 말입니다...
...앵두꽃 피고 지는 사이 나는 훌쩍 커버려서 동네 초등학교 담을 넘어오는 모과꽃을 보며 걸어옵니다...하나하나 떨어져 꽃피는 모양이 언뜻 사람같다는 생각이 듭니다...후후...난데없이 온시디움이 보고 싶습니다...노란꽃의 서양난인데, 꽃모양이 꼭 소년과 소녀같습니다...춤추는 소년과 소녀...
...소년은 치마를 펼친 소녀를 뒤에서 안고 있습니다...소녀는 하이디 소녀처럼 삼각의 고깔모자를 하고 있구요...
...
잎새가
나를 끌어다놓고 한 생을 받들게 했다
내가 기뻐하니 꽃이 피었다
뿌리가
내게 닿아서 한 생을 파들어오게 했다
내가 아파하니 꽃 졌다
...나를 끌어다 놓고...내게 닿아서...아, 정말 한 생이 이루어지는 꽃이라니...
花火...봄밤입니다...
...
...시천 동인지 발간 축하드립니다...
...^^...비단 꽃만이 우리의 생을 담아내겠습니까...생을 담아낸 좋은 시들을 찾아 많은 분들이 함께하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