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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의 아침하늘입니다.

2003.11.04 02:24

허은주 조회 수:219 추천:4

안녕하세요, 저는 Daum 칼럼 '시가 있는 아침'의 방지기 아침하늘입니다.
시아침은 사람 냄새가 가득한 시를 찾아
방지기들의 부족한 감상글을 첨부해서 칼럼으로 올리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식구들 모두에게 아침에 메일로 보내고 있지요.
시와 함께 아침을 연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는 것을, 벌써 5년째 느끼고 있답니다.

사실 저희 칼럼에 윤성택 시인님의 작품은 몇 차례 소개했었습니다.
일상의 작은 흔적들에서 큰 의미를 찾아 내는 일...
시인님의 그러한 작품으로 아침마다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이 행복을 계속 누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금 시아침에서는 시인님들을 찾고 있습니다.
베스트셀러나 기성 시인만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이 공간의 이름처럼 마음에 불씨 하나 품으신 분,
마음에 시의 향기를 품고 계신 분이면 누구라도 좋습니다.
시아침에 시의 사용을 허락해주신다면
시아침의 2만 9천 식구들과 그 고운 시를 함께 나누겠습니다.

현재 시아침에 시를 허락해주신 시인님들은 약 여든 분 정도 됩니다.
최근에도 몇 분의 시인님들이 직접 연락을 주셨고요.
지금은 칼럼을 잠시 쉬고 있는 상황이지만
연말까지 시인님들을 찾아다니고 허락을 구한 후에
새해 부터는 연재를 다시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 곳처럼 저희 시아침도 그저 시와 사람의 향기가 좋아서 모인 사람들의 공간입니다.
아래에 칼럼 내용과 주소를 첨부하겠습니다.
직접 오셔서 칼럼의 내용도 읽으시고 시아침 식구들의 사람냄새도 만나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시인님들의 고운 시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허락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침하늘 (achim-sky@hanmail.net) 드림.

시아침 주소 : http://column.daum.net/world72


2001년 08월 10일에 연재된 칼럼 내용입니다. (5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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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 윤성택



결국 그런 것이다.

구름처럼 한 번 밀려 온 인연,
아득하고 아득하여서
비라도 뿌리는 일.

그래서 비가 오면
한사코,
하늘 아래
누군가 아득한 것이다.









***

모처럼 휴가를 얻었습니다.
잠깐의 생각할 여유도 주지 않았던 모든 일상들이
숨죽이고 엎드려 있는 사이
핸드폰 대신 조용한 음악을 틀어 놓고,
입 안에서 점점 작아지는 얼음을 움직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내 것 같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내 마음처럼 될 것 같습니다.
잠시 걸음을 멈출 수 있다는 것,
모든 것을 놓아두고 '나'만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래서 사람들은 쉼을 가지는 건가 봅니다.

이미 마음 안으로 녹아버린 얼음이 아쉬워
다시 냉장고 문을 열고 고집스런 얼음을 집다가 문득 두 손에 시선이 갔습니다.
그런데 순간, 인연의 아픔으로 힘들어하시던 분들의 흔적이 떠올랐습니다.

늘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이의 손을 놓아야만 했을 때
아무도 내 곁에 없는 것 같아 멍하게 빈손을 바라봐야 했을 때
손가락 마디마다에 난 주름만큼이나 우리는 아파합니다.
차라리 아무런 흔적조차 남겨져 있지 않았다면
미끌어지듯 쉽게 놓아버릴 수 있을 텐데.
손바닥을 펴 보면 골짜기마다에 슬픔어린 추억이 서 있어서
떠나는 이의 손을 마지막까지 놓기가 힘이 드는 건가 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이끌리듯 그렇게 시작된 인연인데
행복이란 이름으로 함께 하지 못하게 되고
손바닥의 골짜기처럼 깊은 시름이 되어버리니...
차라리 다가서지 말지, 차라리 다가서지 말걸... 후회와 아픔만 남겨집니다.

하지만 손바닥의 슬픈 골짜기가 있음에
우리는 또 다시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고
쑥스러운 손을 내밀어
고운 이의 손을 따뜻하게 잡을 수 있습니다.
손바닥 마디의 슬픔이 짙을수록
나의 손을 둥글게 접어
고운 이의 손을 더욱 따뜻하게 잡아줄 수 있는 것입니다.


짙은 슬픔의 주름이 아프다고 애써 손을 펴 보이지 마세요.
쥐어진 슬픔의 무게보다 더한 고운 인연의 무게를 위해서라도...




아침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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