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잠바>라는 글을 읽고,
우리가 통하는 구석이 많다는 데 즐겁습니다.
저도 어느 구석엔가 이런 글을 써 두었는데....
겨울옷을 꺼내어 정리하다가 주머니 속에서 사라진 왕조의 부장품 같은 동전 몇 개를 발견했습니다. 이미 생명이 말라 버린 텅 빈 둥지인 줄 알았는데 저를 먼저 알아보고 갓 부화한 새들처럼 호들갑을 떱니다. 어떤 녀석은 작년에 태어났고 다른 녀석은 저보다도 나이가 많습니다. 저는 한 시대의 위인들을 만나고 있는 것 같아 약간 흥분했습니다. 지난 겨울에 무엇을 사고 남겨둔 잔돈이었을까요? 그리고 어미 새는 어디로 날아갔을까요? 떠나지 않고 남은 것들은 제 기억을 나누어 먹고 한 해를 버텼을 겁니다. 얼마나 처절하게 몸을 서로 비볐는지 관절염을 앓는 것들은 방바닥을 구르다가 곧 쓰러지고 맙니다. 더럭, 겁이 났습니다. 세상에 한 단 건의 범죄조차 일어나지 않는 순간에도 저는 늘 극적인 이별을 공모하고 있었을 테니까요. 어쩌면 헤어지는 대가로 약간의 차비를 받았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제 손금을 읽고 있는 것들은 방탕한 시절에 얻은 누추한 기념품에 불과합니다. 이것들로는 저의 어떠한 절박한 소망도 해결해 줄 수 없습니다. 애시 당초 손바닥에 타고 나길 재물 운은 없고 겨우 존재할 수 있을 만큼의 생명선이 전부입니다. 그 생명 덕분에 인연은 끊기지 않겠지만. 다른 주머니에서 비누처럼 뭉뚝해진 것이 만져졌습니다. 놀랍게도 제 손을 뿌리치고 눈사람 하나가 굴러 떨어졌습니다. 그날도 눈이 아주 많이 내렸을 겁니다. 그의 이름과 주소를 물으려다가 간신히 참았습니다. 제 입김이 닿는 순간 그것은 서러운 눈물로 녹아버릴 것만 같습니다. 겨우, 진혼을 위해서 블랙커피 한 잔 마련했습니다. 당신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를 때마다 검은 색은 엷어지고 혀끝에서 부드럽게 출렁입니다. 저의 가난은 고작 스물여덟 통의 편지들을 낙엽처럼 가을 옷이나 책갈피 사이에 파묻고 내년 가을까지 모래시계의 좁은 틈 사이를 부지런히 오르내릴 수 있을 뿐입니다....(후략)
형에게서 기다렸던 소식은 먼 길을 돌아오고 있나 보네요.
그걸 이벤트 삼아 거나한 술자리를 마련하려 했었는데...
제가 힘이 될 방법은, 역시, 형의 술잔을 채워드리는 것이겠죠?
불쑥 약속을 잡자고 떼를 쓰려다가도,
늘, 바쁜 형의 스케줄이 신경쓰입니다.
이른 송년회하는 셈치고 한 번 만나야죠?
슬쩍 운만 띄우십시오.
나머진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조용필처럼....오십시오.^^V
철지난 잠바 속 남겨진 것이 우리에게 일러주는 말은, 사는 게 고만고만하다는 말인 게야. 세상에 기댄 사유라는 게 기실,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었던 것처럼. 소식에게 믿을 거라고는 조짐정도만 희망하자. 언젠가는 이벤트도 귀가 멀어 훌쩍 네 귀퉁이 책에게서 어쩔 줄 몰라하는 즐거움, 그런 것쯤으로. 유쾌한 술이 어디쯤에서 우리를 부르고 있을까, 조용필은 항상 맨 나중에 노래 불러도 휘적휘적 걸어 퇴장해야하는 무대 뒤편이 있겠지. 11월이 그렇게 가고 있구나. 여하간 무언가 공모하기 좋은 계절이야. 모쪼록 아무튼 여하간, 알았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