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교회탑이
반 이상 눈 속에 파묻힌 길
연하장 표면에 볼록하게 양각된 풍경만큼
눈이 더 내릴지 모르는 밤이면,
유리창은 원근을 조절해
쉴새없이 별을 끌어오고
벙어리장갑 가득
따뜻한 인사말 담아놓는 겨울..
눈발 속을 건너
선물처럼 달려오는 이를 기다려 봅니다.
한 해 동안 나는,
누군가에게 선물처럼 기쁨이었던 적 있었을까요
소중하고 고마운 분들
봄꽃처럼 호명해보며
한해의 문을 닫는 저녁 무렵이면
그리운 얼굴처럼 별 하나
가슴에 와 박힙니다.
뜻깊은 연말, 행복한 새해 맞으십시오.
2003년 세밑
고 경 숙 드림
'한 해 동안 나는, 누군가에게 선물처럼 기쁨이었던 적 있었을까' 참 좋은 구절입니다. 나를 뒤돌아보고 나를 나이게 하는 몇 가지 느낌들. 정말 그랬으면 싶었다라고요. 그러고 보니 고경숙 시인님은 가끔씩 잊지 않고 찾아오시는 귀한 知人이십니다. ^^ 고경숙 시인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내년에는 가족의 건강과 평안이 늘 함께하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