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에 오게나
윤성택
문득, 어디로든 떠나고 싶을 때
세상에서 나 홀로 있다고 여겨질 때
저수지를 끼고 뻗어있는 광교산으로 오게나
수원 어디서든 삼십분쯤 버스로 가면
시원한 가르마를 세우며 서 있는
광교산이 보일거라네
초입에 들어서 산 아래 정경에 취하면
산도 섭섭하여 안개를 풀지도 모르네
그러면 달래듯 천천히 산에 오르기만 하면 되네
산은 자주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 사람을
깜쪽같이 알아서 길을 가파르게 하거나
더욱 숨차게 한다는 것을 염두해 두어야 하네
하지만 수원을 통해 왔다는 것은
광교산과 통성명을 하고 지내는 것임을
산 자신도 일고 있으니 걱정할 건 없네
광교산에 오르는 길은 우리네 세상살이가 그렇듯
구불구불 여러갈래 길이 있네
갈래 길에서 혹시나 고민할 필요는 없네
산은 그렇게 세상의 길처럼 잘못 들게 하지 않고
어디로 가든 산의 품으로
스스럼 없이 인도하니 말일세
그러나 마냥 서 있을 수 없는 것이네
우리가 꿈꿔왔던 희망처럼 한 걸음 한 걸음,
광교산도 그렇게 오르는 거라네
산에 다 올라가면 알 수 있을 것이네
광교산의 나무들은 비만하지 않고
가지의 끝을 밀어 올리며
하늘을 향해 뿌리를 내리는 것을
스스럼 없이 자네도 손을 뻗어
하늘을 껴안고 목청껏 소리지를 수 있을 것이네
그러니 꼭 오기만 하게
<수원시 장안구 공모 "광교산에 어울리는 詩 "우수작>
- 경기일보 문화면 에서-
* 오래된 수첩속, 갈피에 끼어 있는 색바랜 신문조각에 있는
시 한 편이 슬며시 웃음을 묻어 나오게 하고 있네
남문 어느 골목 약국거리를 드나들던 예비 시인의 모습이
갑자기 영상처럼 클로즈 업 되고 있다네,
잘 지내고 있지?
^^ 이런, 아득한 칠 년 전쯤 얘기네요. 옛날 기억이 솔솔 양산리 안개로 피어나는군요. 고맙습니다 형님, 철없던 때 막걸리나 얻어먹자고 응모했다가 광교산 어딘가에 푯말로 걸린 시일 겁니다. 참 쑥스럽게도 잊혀졌던 시였는데 새삼스럽네요. ^^ 그럼 2월 달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