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마감일
마지막으로 내 눈 앞에 정렬하는 글자들
그것들이 함께 쥐고 있는 긴장된 수식들
결연하면서도 마지막이어서 더욱 정든,
습작의 밤과 함께 했던 장면들.
왠지 후련한 듯 하면서도 쓸쓸한
날입니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내 집착이 낳은 것들이어서 더욱
그런 건 아닌가 싶고요. 멀리
떠나보내는 아이에게 마지막으로
목도리 잘 묶어주고 어디 삐져나온
옷자락은 없는지 확인해주는
퇴고도 이젠 끝이 났습니다.
보름 정도 지나면 떠난 녀석들은
배달된 잡지 속 활자로 되돌아오겠지요.
그땐 못생기면 못생긴 대로
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일부터 연휴가 시작되는군요.
시골로 가는 서해안고속도로,
언덕길에 놓친 과일봉지처럼
벌써부터 대책 없어집니다.
가야할 길과 방향이 같다는 것은
이처럼 부대끼며 함께 산다는 것인지요.
정체와 서행, 원 스텝 투 스텝
고속도로에서의 트위스트.
그럼에도 기억하지 않았던 곳은 무사한지
천변의 부레옥잠은 여전히 안녕한지
전 부치는 내음 따라 가봐야겠습니다.
구정 잘 쇠시고요.
어디 2004년이 올 줄 알았습니까?
넙죽 세배하고 한 해 잘 살아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