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 곳 없이 둥둥 떠다니는 새벽입니다.
요즘 농장엔 전정이 한창입니다.
분별없이 자라난 곁가지들을 잘라낸 자리엔 보이지 않는 통로가 생겼습니다.
바람이, 햇살이 제맘대로 드나들며 그 곳에 새 길을 내고 있습니다.
그 안으로 어떤 꿈들을 실어나르는지 혹은 그 안에서 어떤 음모들을 꾸미고 있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다만,
지난 해의 악몽같은 흉작을 또 다시 모사하고 있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는 잘 모릅니다. 그들 맘대로입니다.
비와 바람과 햇볕과 구름... 그들이 작당하여 주는 대로 받는 것 뿐입니다.
인간의 한계는 너무나 확연하고 자연의 횡포?는 너무나 무한하고...
어디 어제 오늘 일인가요.
시인님, 인사가 늦었습니다.
매일매일 거름밭에서 뒹굴다 보니 혹시나 거름 냄새 풍길까 염려되어
신성한 방에 들어오지 못했습니다...흐흐
다 변명이구요, 한동안 자성의 시간을 가졌더랬습니다.
나의 무지와 무능을 망각하고 섣불리 신성한 세계에 뛰어든 경거망동에 대해서,
준비가 전혀 없었던 이 어설픔에 대해서...
몇날 며칠 반성하고 고뇌하고, 이러다가 저 수도자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시인님께서 전해 주신 따뜻한 마음은 오래오래, 어쩌면 영원히 기억해 두렵니다.
그리고 수많은 격려를 가위 삼아 두려움같은 곁가지들 다 잘라버리고
햇살과 바람 불러들여 새봄에게 전송할 메세지나 준비하렵니다.
올해는 풍과를 이루게 하옵시고...어쩌구... 주절주절 말입니다.
밤이 참 짧아졌습니다. 이만 인사 마칩니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