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rget="_blank">Serenade to spring
지금 네가 뛰어들고 있는 타락은 일종의 특수한 타락인데, 그건 무서운
타락이다. 타락해 가는 인간에게는 감촉할 수 있다든가 부딪쳐서 들을
수 있는 그런 바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장본인은 자꾸 타락해 가기만
할 뿐이야. 이 세상에는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자신의 환경이 도저히 제
공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네가 바로 그런 사람이
야. 그런 사람들은 자기자신의 환경이 자기가 바라는 걸 도저히 제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단념해 버리는 거야. 실제로 찾으려고 시작
도 해보지 않고 단념해 버리는 거야...
...
무엇보다도 네가 인간 행위에 대해 놀라고 염증을 느낀 최초의 인간이 아
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거야. 그런 점에서 너는 혼자가 아니야. 그것을
깨달으면 너는 흥분할 것이고 자극을 받을 거야. 도덕적으로나 정신적으
로 네가 겪는 것과 똑같이 고민한 사람은 수없이 많아. 다행히 그중 몇
몇 사람들은 자기 고민의 기록을 남기기도 했지. 너도 바라기만 하면 거
기서 얼마든지 배울 수 있어. 그리고 장차 네가 남에게 줄 수 있으면 네
가 그들에게서 배운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도 네게서 배울 수 있다
는 거야. 이것이 아름다운 상호 원조가 아니겠니? 그런데 이건 교육이 아
냐. 역사야, 시야...
...호밀밭의 파수꾼 중
...
내 살고 있는 곳에 공터가 있어
비가 오고, 토마토가 왔다 가고
서리가 오고, 고등어가 왔다 가고
눈이 오고, 번개탄이 왔다 가고
꽃소식이 오고, 물미역이 왔다 가고
당신이 살고 있는 내 마음에도 공터가 있어
당신 눈동자가 되어 바라보던 서해바다가 출렁이고
당신에게 이름 알려주던 명아주, 개여뀌, 가막사리 들풀이
수목원, 도봉산이 간간이 마음에 단풍들어
아직은 만선된 당신 그리움에 그래도 살만하니
세월아 지금 이 공터의 마음 헐지 말아다오
...공터의 마음, 함민복
옆집 작은 꽃밭의 채송화를 보세요
저리도 쬐그만 웃음들로 가득 찬
저리도 자유로운 흔들림
맑은 전율들을
내 속에 있는 기쁨도
내 속에 있는 슬픔도
태양 아래 그냥 내버려두면
저렇듯 소박한 한 덩어리 작품이 될까요?
저렇듯 싱그러운 생 자체가 될까요?
...질투, 김상미
살기 위해 악다구니를 쓰고 때로 사랑 때문에 칼을 휘두르기도 하고
혹은 절망이 목까지 차오를 때 나는 마리아 칼라스를 들으며
혼자 맥주를 마십니다.
사는 동안엔 필경 음치도 노래를 불러야만 하고
또 사는 일은 어쩌면 불가시적인 것에, 영원에 형태와 색깔을 부여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 윤대녕-'마리아 칼라스와 함께 생맥주를'중에서
...끊임없이 무언갈 자꾸 살려내고 싶다는 말이다 모든게 다 쓸모가 있다 버릴 것이 없다...
...아 그러나 나는 버린다는 말씀을 비워낸다는 말씀을 겁도 없이 지껄이면서 여기까지 왔다 욕심 버려야
보이지 않던 것 비로소 보인다고 안개 걷힌다고 지껄이면서 여기까지 왔다 아니다..욕심도 쓸모가 있다 햇
볕이 아깝다는 마음으로 보면 쓸모가 있다...세상엔 지금 햇볕이 지천으로 놀고 있다 햇볕이 아깝다는 뜻
을 아는 사람은 지금 아무도 없다 사람아 사람아 젖어있는 사람들아 그대들을 햇볕에 내어 말리라 햇볕에
내어 말려 쓰거라 끊임없이 살려 내거라 놀고 있는 햇볕이 스스로 제가 아깝다 아깝다 한다
...
...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 정진규
여기 수선화가 있었어요
지금은 지워진, 아니 희미해진
마음의 꽃밭 하나
여기 수선화가 있었어요
결코 스스로 열리지 않는 낡은 창문 너머
내가 말하면
바다가 되었다가 강물이 되었다가
때로는 하늘로 열리는 오솔길이 되는
굳이 말하지 않고 바라보아도
슬픔이 되었다가 기쁨이 되었다가
상처를 감싸는 가슴도 되는
여기 아주 따뜻한 꽃밭 하나 있었어요
꽃밭 속에 노래 같은 사람이 있었어요
바람만으로도 배를 채우시던 어머니
햇빛만으로도 힘을 키우시던 아버지
그가 피워냈을까
지금은 없는, 아니 없을 수 없는
마음의 꽃밭가
여기 수선화가 있었어요
...여기 수선화가 있었어요, 홍영철
...여기 수선화가 있었어요...
하!...날이 좋습니다... ...먼저 자리를 떠서 죄송합니다...돌아올 때가지도 말 한번 건네지 않은 인연이 많으니 참...제 주변머리라는게...
언제 또 좋은 인연이 있겠지요, 예전에 한 어린 소녀가 제게 '인연이 참 향기롭죠'라는 글귀를 수첩에 남겨준 적이 있습니다. 훗,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열 세살인가 그쯤 되는 소녀였는데요,
다시 새겨도 좋을 글입니다.
...헤이리에 가서 선물로 받은 책 세권을 읽고 있습니다. 지금은 쓰시마 유고의 책을 보는데요, 참 착한 책입니다...건네준 사람처럼,
참 향기롭습니다...
...여기쯤 수선화가 피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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