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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사적 언어를 차용한 기록

2004.04.13 22:48

김솔 조회 수:466 추천:21





위 사진은 천서봉님의 홈페이지(http://www.hello1000.pe.kr) 에서 저작권 양도 없이 도용한 것입니다. 용서를 구합니다.


<그들의 사적 언어를 차용한 기록>
  -장석남의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을 중심으로


역자(모든 글이 ‘글에 대한 글’에 불과하다고 굳게 믿는 나는 필자 대신 역자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그러나 번역은 어쩔 수 없이 반역이고 나는 은밀한 욕망에 열광한다.)는 어떤 책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 책은 아름다운 문장들과 진실한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서 단 한 페이지도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울리는 문장 아래에 밑줄을 긋고 귀퉁이를 접어 표시해두었다. 나중에 그 책을 다시 열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책의 모든 페이지 귀퉁이는 접혀 있었고(놀랍게도, 접혀 있는 모양새와 위치가 전부 같았다.) 모든 문장 아래엔 형형색색의 파도가 물결치고 있었으며 내가 기억하고 있는 문장과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너도밤나무 숲 속에다 그걸 버리고 똑같은 제목의 책을 사서 첫 페이지를 펼쳤는데(페이지의 귀퉁이를 접고 밑줄을 긋지 않기 위해 나는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페이지가 넘어가는 기계를 사용하였다.), 단 하나의 문장도 읽을 수 없었다.

나는 길을 떠날 차비를 하면서 책 하나를 가방 속에 골라 넣었다. 그러자 가방은 새장이 되었다. 나는 우연의 알리바이를 믿는다. 신은 인간을 창조적으로 진화시키기 위해 역사 속에 우연을 삽입하였다. 그래서 나는 그 시집 하나로 그곳에서 만나게 될 사람들의 이야기를 번역해 낼 수 있으리라고 확신하기까지 했다.

“혼자 한 번 간 길도 길일까” -<무꽃> 중, p42


#1. 대화역, 수런거리는.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나의 일행은 지하철을 거꾸로 탔다. (뱀은 자신의 머리와 꼬리를 분명히 알리기  위해 주기적으로 혀를 내민다.) 정류장으로 버스 대신 얼룩말이 들어온다. 그것위에 올라탄 자들은 사냥꾼이 아니라 유목민이다. (수렵물의 눈에 잘 띄는 얼룩말을 타고 사파리에 나설 사냥꾼이라면 사나흘의 배고픔 따위는 감수해야 할 것이다.) 천의 고원에는 어떤 괴이한 풍경들이 살고 있을까. (소리샘님의 증언: 그리고 그 멋진 셔틀버스 운전기사 아저씨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얘기했었죠? 대화역에 일찍 당도한 덕분에 30분 남짓 일산 시내 드라이브를 했었다고요.)


#2.  헤이리 사무국 건물 앞, “아직도 어디죠?”


홈페이지의 나무 한 그루가 창밖에서 손을 흔들고, 늦게 출발한 택시는 아직 도착하지 않고. 단체사진 두 장.(벽면이 온통 거울인 건물 앞에 사람들이 서 있고 사진사는 건너편에 있는데, 거울과 카메라의 렌즈 사이에 들어 있는 상의 숫자는 무한하다.)


#3. MOA갤러리, 예술가의 경계


애써 외면하는 자와 들끓는 자의 실랑이.(명성은 아킬레스건이다.) 노르웨이 작가에겐 빙하보단 사막이 현실적이었을까.(사막을 닮은 여체 위에선 누구라도 미끄러질 뿐이다.) Nature, Art and Architecture.(그렇다면 MOA는 무슨 뜻일까? MOA: 조류 모아목 새의 총칭. 뉴질랜드에 살았던 날개가 없는 대형 새이다. 공조(恐鳥)라고도 한다. 현재는 멸종되었으며 반화석화되거나 화석화가 덜 진행된 뼈가 발견되고 있다.-네이버 참조) 택시는 도착하고 그녀들이 흘러든다.(사막스럽다: 성질이나 태도가 매우 악한 데가 있다. - 설마 그녀들이? 차라리 그녀들의 표정은 빙하를 닮았고 하자. 빙하다: 술이 잔뜩 취하여 정신이 어질어질하고 멍하다. -어, 점점 더?) 노르웨이 대사의 축사에 영어 선생님들의 표정은 평화로워지고.(영국식 영어보다 미국식 영어였기를.) 성애를 벗겨내고 옛 기억을 마주쳤을 때의 어색함이란.(안시아님: (노려보며) 어머, 모른 척 하시는 것 봐!) 와인.(보르도산 와인은 1995년과 2000년 생산된 것이 으뜸이라던데.) 태양은 인간의 길을 따라 흐르진 않고.(길 위엔 60개의 아름다운 단어들이 박혀 있지만 바람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나는 방금 ‘인연’이라는 단어를 밟았다. 대인지뢰였나? 몸속으로 순식간에 퍼지는 나른함) 구름 솟대 아래를 지난다. 서녘 구름을 모자삼은 여자도 보인다.(그녀가 그것을 생크림케이크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페이드아웃.


#4. 한향림 갤러리, 木生火, 火生土, 土生金


산수유는 노란 털실의 보푸라기이고 목련은 끊어 쓰고 뭉쳐 놓은 광목이다. 벚꽃은 부서지고 개나리꽃은 닳는다.(동백나무 아래는 눅눅하다.) 택시 한 대가 도착하자 손바닥이 나뭇잎처럼 흔들린다.(그때는 동백처럼 붉은 숄더를 걸치고 오셨더랬지.) 장독은 봄볕으로 배가 불룩하다.(어쩌다가 콤플렉스의 아이콘이 되었을까?) 안이 텅 비어 있는 도기들은 식기가 아니라 악기다.(한태주가 연주하는 흙 피리를 꼭 들어보시라.) 흙을 갈아 커피를 만들고 있었을까? 퇴비냄새도 나는 듯(대학로에선 연극배우가, 헤이리에선 큐레이터가 차 심부름을 한다.) 형형색색 주전자 하나에 삼백 만원.(계약금을 받던 날에도 도예가의 밥상 위엔 장아찌가 올라왔을 것이다. - 장아찌는 와신상담의 고사에서 발명되었다.) 시인이 건축가를 위장하고 도착했다.(헤이리는 시인과 건축가를 숨기기에 적당한 곳이라는 걸 그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무거워야 할 그의 손이 가벼운 것으로 보아 요즈음도 석재 대신 종이를 만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김관옥님: 그럼, 나도 김시인 할래. (김미심님: 어머, 주책이야.)


#5. 이비뎀 갤러리, 석양이 섭새겨진.


오렌지, 탤런트 강석우, 카메라, 매화나무 한 그루, 선글라스, 빨간 의자, 스티로폼 조각에 오래된 책을 감은 후 구상화한 그림 몇 점, 느린 조명, 화강암 속의 수생식물들, 스테이크, 계단, 칵테일, 회색 벽, 서로 닮은 사람들, 유리, 와인, 젓가락, 인터뷰, 구름, 가로등, 붉은 정원. (그 어느 것을 골라 서로 짝지어도 당신은 하나의 장면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내가 본 모든 것인데 그때 나는 약간 지쳐 있었다.)


#6. 삼겹살집, 치열熾烈한 치열齒列들.
     (작은 앨범에 올라와 있는 사진을 참고하시라)

나로부터 반시계방향으로 거슬러서, (예술의 숙명은 시간을 거슬러야 한다는 점을 상기하기 위해서, 또한 자리를 만들어준 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부터-그러고 보니 내가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군. 그것도 우연이길.) 윤성택 형은 빈 술잔을 채우지 않아서 겪었던 군대 이야기를 했고(빈 술잔을 누가 만들었을까? 처음부터 채워놓지), 소리샘님은 김병곤님과 사이좋았고(왜 제가 들을 수 있도록 크게 말씀하시지 않으셨는지), 김병곤님은 멋진 카메라를 자랑하였고(광학적 시안詩眼을 구비하셨군), 김윤희님은 나에게 실망하였고(그렇지 않다면야, 어떻게 단 한마디도 나눌 수 없었을까. 다음엔 아프지 마시실), 조은영님은 웅숭깊어진 젓가락으로 돼지의 비애를 뒤지고(딸기 생크림으로 된 모자가 삼겹살 지글거리는 소리에 녹으면 어쩌나 불안했고), 소야님은 귀를 세우고 웃으셨고(꽃이 그렇게 해서 세상으로 번지는 건 아닐는지) 윤보인님은 술잔을 들고 놓기를 반복하셨고(당신이 소설가 최인석을 좋아하는 이유를 곧 밝혀내 보죠), 김미옥님은 불판 위의 고기가 줄지 않는다고 채근하셨고(소외감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투정부리지 않으셔서 너무나도 고맙고), 김미심님은 호객행위에 열중이시고(글꽃 모임은 고작 친목모임에 불과한데 이들 같은 고수들을 영입한다면 우리의 입자가 좁아들지 않을까요?), 윤형철은 들어보나마나 가난한 영화감독의 현실에 대해 낭만적 요소들을 뺀 채 말했을 것이고(혹시 뻐꾸기를 날린 건 아니겠지?), 천서봉님은 무릎을 꿇고 앉은 채 끔뻑거렸고(‘집을 다 고치고 나면 내 허리를 고칠 거예요’ 그렇다면 일반적인 공사 소요 기간을 고려해 볼 때 가을이나 되어서야 술 한 잔 하자는 말씀이신데, 도저히 그 때까진 빈 술잔을 들고 서 있지 못하겠고), 안시아님은 생수통 뒤에 술잔을 숨겼고(처음엔 술을 아끼시는 줄, 그리고 나중엔 생수통에 술을 받아 마시는 줄 알고 놀랐는데, 취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있어서 제가 얼마나 기쁘던지), 술잔을 비울수록 권동희님은 집으로 돌아갈 일이 걱정이고.(제발 살도 찌고 나이도 좀 드시길, 고리타분한 제가 형을 추월하게 생겼으니까, 그리고 너무 잔혹한 시나리오를 완성해서 저를 영화관에서 쫓아내시지 마시길.)


#7. 호프집, 폭죽소리 들리고.


<후기를 쓰기 위해 당신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꼬옥, 이름을 써주세요>라고 적고 사발통문을 돌렸더니.....

윤형철: 글쎄, 머리 속이 꽈~악. 풀 일이 많아질 것 같아서 좋습니다. 생활이라면...(“온몸을 떠도는 피 속에 낙태한/ 집 한 채 띄우고/ 나를 깡그리 배반하는 내 말들/ 술에 풀어 띄우고 둥근/ 길 위로 노저어 떠돌 때/ 봄은 자기가 봄인 줄도 모르고 와/ 落傷한 사람이 몇/ 비바람으로 내 온 몸을 떠도네” -<마음이 중얼중얼 떠올라> 중 p47.)

조은영: 아직도 가을 같은 헤이리. 내가 좋아하는 계절 속에 다시 들어와 있는 봄이었습니다. (“가을꽃을 봅니다/ 몇 포기 바람과 함께하는 살림/ 바람과 나누는 말들에/ 귀기울여/ 굳은 혀를 풀고요/ 그 철 늦은 흔들림에 소리 나는/ 아이 울을 듣고요/ 우리가 스무 살이 넘도록 배우지 못한/ 우리를 맞는 갖은 설움” -<꽃을 본지 오래인 듯> 중, p61)

김병곤: 시골의 내음을 품고 있는 헤이리. 다시 만난 반가운 형, 누나들 안에서 일에 찌들던 시간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 미래에 나는 배고프지 않은 기억 밑으로/ 수저를 던질 것인가/ 내 영혼의 싱싱한 지느러미 속에/ 차고 단단한 잔별들이 뜰 때/ 나는 조용히 수저를 놓고 그들과 함께/ 몸 비틀며 반짝일 것이다.” -<밥을 먹으며> 중, p48)

윤성택: 기어이 살아야 할 이유가 우리가 지나쳤던 수많은 순간순간이었음을....만나서 행복했습니다. 최근에 가장 희망적입니다.(“눈에 어려 떨어질 듯/ 어느덧 그 별 내 들숨을 타고 들어와/ 마음에 떴습니다/ 누군가가 떠서 초저녁 저무는 마음을 내려다봅니다/ 삶은 드렁칡, 삶은 드렁칡, 마음 엉키고/ 눈에 드렁칡처럼 얽히는 별의 빛이여”-<초저녁 ‘밥별’이라는 별> 중, p90)

김미심: 목이 쉬도록 떠들고, 눈가의 주름이 뚜렷해지도록 웃고...이러고 나면 다음날부터 나는 감기 몸살에 시달려야겠지만. 이 모임은 그 몸살을 무릅쓸 만큼 열정적이고 즐겁다. (“몇 개월째 잠으로 하역되는 달빛/ 이곳 저곳 태업하는 잠/ 젖은 달이 떴다가 지는 동안/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어/ 아름다운 파탄이었어” -<젖은 달이 떴어> 중, p62)

김관옥: 미심 언니 친군에요. 여러분들 모두 평화스러워 보여요. 만나서 마음이 편안해 져요.(“따악-입 다물지 못하는 건어물들/ 입 속에 햇빛들은 치기로 가물가물/ 통통배 타고 무인도나 갈까? 가서/ 미라가 되자고 꼬신다/ 때마침 들려오는 통통 소리/ 햇빛의 즐거운 殮襲이여”-<건어물들> 중, p20)

소야: 몇 달 동안 꽃만 보고 지냈었지요. 헤이리에서 꽃 같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행복했구요. 다시 꽃들에게 물을 주고 지는 꽃잎을 주어서 쓰레기 봉지에 담으며 스스로에게 ‘귀환’해야 할 시간...정류장에서 잠시 쉬었다가...돌아가는군요.(“꽃 피고 지는 뜰을 안고/ 시간 뒤에 숨어 나는/ 뜰의 눈인 꽃과/ 꽃의 육체인 말 뒤의/ 향기를 베고 눕기도 하지만/ 내가 뜰을 안으면 그러나/ 안기는 것은 뛰는 심장 하나” -<나는 뜰을 안고> 중, p18)

안시아: 가로등처럼 불콰해진 얼굴들이 사랑스럽습니다.(“저녁해가 지다 말고/ 내 얼굴에 왔다/ 낮불을 켜놓은/ 내 얼굴// 얼굴을 버리고 놀다보면/ 저녁해를 비끼는/ 새도 될 수 있으련만”-<저녁해가 지다 말고> 전문, p15)

박상미: 즐거운 기분으로 하늘을 보고 하늘같은 사람을 만나 즐겁습니다.(“하늘의 후문 같다/ 널빤지처럼 떠 있는 구름/ 못끝 박힌 빛살들에/ 눈 다치고/ 어디론가 行不인 나는/ 도대체 만기가 없다/ 사랑 없이 세월의 자궁 속에/ 꽃들 떨어져/ 아 아파라” -<세월의 집> 중, p52)

윤보인: 당신(들)을 만나서 반가웠어요. 또 만나고 싶어요. 살아서 이렇게 만나 웃고 울고 웃고....(“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 아기 낳으면/ 돌멩이 같은 아기 낳으면/ 그 돌멩이 꽃처럼 피어/ 깊고 아득히 골짜기로 올라가리라/ 아무도 그곳까지 이르지 못하리라/ 가끔 시냇물에 붉은 꽃이 섞여내려/ 마을을 훤히 적시리라/ 사람들, 한잠도 자지 못하리” -<그리운 시냇가> 전문, p59)

김솔: 먼저 간 사람들의 이름이 뭐였지?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둬야 하는데.(“바람들이 모여 쌀겨처럼 웃다 가고/ 햇빛들이 어룽어룽 몸을 말리다 떠나고// 허기진 사랑과/ 여러 갈피의 파본인 꿈이/ 매일 밤 곁에 누웠다 돌아가는/ 형흔 뜬 세월” -<모란의 누설> 중, p40)

아래는 윤성택님과 천서봉님의 홈페이지에서 글쓴이와 동의 없이 임의로 발췌함.(권동희님의 이야기만큼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을 밝힘. 그 책임은 전적으로 역자에게 있음을 밝혀둠.)

(김윤희님: 언제 또 좋은 인연이 있겠지요, 예전에 한 어린 소녀가 제게 '인연이 참 향기롭죠'라는 글귀를 수첩에 남겨준 적이 있습니다. 훗,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열 세살인가 그쯤 되는 소녀였는데요, 다시 새겨도 좋을 글입니다.)
전수빈: 아이들과 걸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집안이 아닌 자연의 넉넉함이 묻어나서 인지 어느 날보다 여유로운 시간 아니었나 싶습니다.
천서봉: 이제 무슨 얘기를 하건, 떠올릴 수 있는 얼굴이 있다는 것, 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겠습니다. 늘 그렇듯, 한두 번 마주치다 보면 또 어떤 계기들이 인연을 맺어주리라 믿습니다.)


#8. 청진동 해장국집, 언제나.


“산 울음에/ 종로쯤 떠밀릴 때 나사렛 사람처럼/ 고통이 내게 묻네 “가는 곳이 어디지?”/ 휑하니 비어 대답하는 길바닥/ 걸음은 자꾸 넘어지자고 조르고” -<걸음은 자꾸 넘어지자고> 중, p17

장소 선택: 윤성택

해장국 7 그릇(윤성택, 김미심, 김관옥, 안시아, 박상미, 김솔, 윤형철), 소주 몇 병, 전체 금액 \45,000 (안시아님이 홈페이지에 남긴 댓글에서 발췌: 그리고 매력 만점이었던 박피디님, 다음번에는 저도 선지와 천엽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좀더 소탈해지겠다는 말, 안부와 함께 전해주시고요, 덕분에 유쾌한 자리였다고도 꼭 전해주세요.)

주제 발의: 김미심
주제: 바람둥이 식별법
토론자: 윤형철, 김미심, 박상미


#9. 택시, 사라지는 운명을 지닌.


택시1: 박상미
택시2: 김관옥
택시3: 김미심, 윤형철
택시4: 윤성택, 안시아, 김솔(김솔의 집에서 사내들 소주 한 병, 맥주 한 캔 더 마시고 잠들었음)



역자는 다음날 일어나서 어제 꾸었던 꿈을 기록하기 위해 몇 번 시도해 보았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꿈은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언어로 기록되어 있으며, 기록된 곳이 종이나 석판이 아니라 무한한 면을 가지는 양피지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리고 오래 전에 너도밤나무 숲 속에 버린 책의 정체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단 한 페이지로 되어 있었으며 그것은 구겨지는 거울이었고 그 위에 문자는 자라거나 흐르는 물질로 씌어져 있어서 시간과 장소와 독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것이다.

2004.4.13 김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