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2002 장평 94%, 자간 -6, 글씨크기 11, 가수 없는 경음악, 몇 줌 햇살 …
두근두근 화면 속 커서는 참을성이 많다
나는 턱을 괴고 굴광성이 된다
뻗으면 뻗을수록 곁가지마다
투둑투둑 생각이 불거진다
가장 큰 열매의 가지가 휘어
자판에 닿는다, 나는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더듬는다 그렇게 매번 나는
탕자처럼 돌아와 열매를 매만진다
댓글 1
윤성택
2004.04.19 00:01
한바탕 비가 오고 있다
밤 열한시가 넘었는데 이 비는
내게로 오기까지 전생애를 기다려온 것만 같다
비가 좋다, 그냥 거짓 없는 비가 좋다
아무리 경사가 없어도
제 스스로 물길을 만들어 흘러내리는
솔직함이 좋다, 들어보라고 후둑후둑
창문을 새끼손가락 끝으로 톡톡, 그래
밤을 견디던 저 밖 마지막 벚꽃도 오늘 기어이
비와 함께 지겠구나, 돌아보면
봄이고 돌아보면 여름이다
한치 앞을 모르는 나의 계절에게는
참 지리멸렬한 해석이다
며칠동안 밤이고 낮이고 시만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나를 모르겠다
어쩌자고 이 길에 들어 미쳐 지내는 걸까
저 비도 그랬겠지, 구름 안 평온했던
이슬점을 버리고 온몸으로 부딪쳐왔다는
다짐, 내 창 유리창에 쓴다 구불구불,
그래 그래. 그렇게 살자
밤 열한시가 넘었는데 이 비는
내게로 오기까지 전생애를 기다려온 것만 같다
비가 좋다, 그냥 거짓 없는 비가 좋다
아무리 경사가 없어도
제 스스로 물길을 만들어 흘러내리는
솔직함이 좋다, 들어보라고 후둑후둑
창문을 새끼손가락 끝으로 톡톡, 그래
밤을 견디던 저 밖 마지막 벚꽃도 오늘 기어이
비와 함께 지겠구나, 돌아보면
봄이고 돌아보면 여름이다
한치 앞을 모르는 나의 계절에게는
참 지리멸렬한 해석이다
며칠동안 밤이고 낮이고 시만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나를 모르겠다
어쩌자고 이 길에 들어 미쳐 지내는 걸까
저 비도 그랬겠지, 구름 안 평온했던
이슬점을 버리고 온몸으로 부딪쳐왔다는
다짐, 내 창 유리창에 쓴다 구불구불,
그래 그래. 그렇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