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뵌지 오래입니다
전화드리는 것이 예의라는 걸 알면서
지난 여행의 사진 한 장으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돌아오니,
가을이고요,
오랜 방학 끝나고 누런 들판을 걸어 학교로 가는 기분입니다
숙제는 아니했고요
코스모스가 먼저 종아리를 걷어올린다 는
강연호의 싯구 같은 날들입니다
가을비가 다녀간 뒤 국화는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사진처럼
저렇게 단아해져도 좋겠습니다
여전히 세상은 아름답고 삶은 더럽고
그 사이 시인님과 제가 만나고 못만나고
만나고 못만나고
흘러갑니다 꽝꽝 얼어붙을 겨울들판 같은
미래를 기약합니다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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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색의 연속이 삶이라면 천시인님 또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겠지요.
천시인님 또한 만나고 못 만나고를 되풀이해오다 진정한 만남에 이른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는군요.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그러나 詩에 향한 마음만은 곳곳을 헤매는 고독한 홈리스이시길 바랍니다.
인생이라는 길이 자꾸만 누군가 걷던 길을 걷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어느덧 가을이고, 어느덧 나인 것을 보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