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글씨 좀 잘 쓸 순 없을까 싶어서
문구점에서 산 연습장 표지의 예쁜 글씨체를
방학 동안 습자지 대고 필사했던 때가 생각납니다.
아마도 멋들어진 연애편지를 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게 노력한 끝에 엉망이던 제 필체가 조금씩 나아져
즐거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아마 그 느낌 때문에
일기를 더 자주 썼고, 교회에 다녔던 여자아이에게
쪽지 건네는 것도 제법 으쓱했을 것입니다.
지금 게시판에 쓰고 있는 웹폰트는 <화데스몰체>입니다.
그 시절 내가 열심히 쓰고 또 썼던
글씨체와 닮은 것 같아, 여전히 즐겁습니다.
어제는 기온이 영하 11도, 오늘은 영하 8도더군요.
춥다고 싶으면서도 어제보다는 춥지 않아
출근길에 <따뜻하다>라고 발음할 뻔 했습니다.
서해에 내린다는 폭설을 생각하다보면
외곽순환도로, 서해안고속도로 그리고 대천까지
매번 지나쳤던 풍경에 간유리처럼 눈발을 넣어보곤 합니다.
서해안 고속도로 서산에서 해미를 지날 무렵
여전히 라디오는 채널을 잃고 바람소리나 눈발의 소리를
들려줄 것입니다. 어쩌면 우주가 채널에 잡혀
그 구간만은 지구라는 행성을 느끼게 할지도 모릅니다.
살아가다보면 길을 잃을까 두려웠던 적보다
앞으로의 길을 몰라 두려울 때가 더 많은가 봅니다.
다음 주면 내 인생의 공전주기가 돌아오는 구정이군요.
고향, 가족, 그리고 나, 우주의 모든것이 자전하며 또 공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