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택님, 안녕하세요? 저를 기억하실랑가 모르겠네요. 시산맥 행사 때 보았지요? 화장실 변기에 거품을 쏟으며 이런저런 그 짧은 시간에 시를 이야기 했었는데 말이죠. 집에 돌아와 그 생각을 하니, 참 우습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였더랬습니다. 아직은 춥지요? 사람들은 이렇게 작은 온도에도 민감한데 정작 땅속에서는 전쟁이겠지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왜 누구를 위해 시를 쓰는지, 좋은 글편들 잘 보고 있습니다. 건안하시고 담에 뵙길 바랍니다.
남들과 똑같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문득 문득, 내 안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는 건 이 시 쓰기 밖에 없구나란 생각을 해봅니다. 그게 나를 살게 하는 거라고, 단 한 번도 포기를 생각한 적이 없는, 제 삶의 유일한 처소인 것 같습니다. 시를 쓰시는 분들을 뵐 때마다 동지의식을 느끼는 것도, 이 시대의 고단함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산님도 물론 그 길에 만난 분이십니다. 좋은 시 많이 쓰시고 종종 발걸음 하셔서 좋은 말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