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3편, 시서재에 올립니다.
어쩌다 시 쓰는 사람이 되어서
방안을 유령처럼 서성거릴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계간지 봄호가 속속 배달되는 걸 보면
뉘 누구누구 신작시처럼
봄이 왔다는 전갈이겠다 싶습니다.
2월이 서둘러 끝나는군요.
또 그만큼 서둘러 새달이 시작되는 거겠고요.
내내 건강하시고 말없이 다녀간 것
용서하겠습니다. ^^
댓글 4
소리샘
2005.03.01 15:14
별에, 하늘에 관심이 많아서 일게다, 싶은데
신작시 세 편 가운데 "별의 기억"이 좋군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우매한 질문 같지만
어떻게 하면 詩를 쓸 수 있을까요?
쓰고는 싶은데 영~ 쓸 수가 없어서요.
너무 잘 쓰려고 해서 일까요?
아님 삶, 그 자체에 너무 몰입해서 일까요?
세 편씩이나 잘 읽고 갑니다. "말없이 다녀간 사람," 어쩐지 살짝 찔리네요.
바늘이나 송곳까지는 아니어도
향긋한 솔잎으로 찌르는 것처럼 따끔하면서도 간지러운 느낌. 뭐 이런 거요.
우선은 길게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마냥 부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닻>이 와닿습니다.
노인의 모습에서 멀지 않은 날의 저를 보아서이겠지요.
수채화 한 폭을 본 것도 같이 편안합니다.
성난 고양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헐떡이며 사는 젊은이와는 대조적인 노인의 모습에서
비록 앙상하지만 날카로운 꼬챙이가 아닌 갈고리에서 직선이 아닌 곡선의 둥긂과 부드러움이 느껴집니다.
닻이나 휜 등도 마찬가지구요. 그래서 숨가쁨보다는 유유자적한 모습을 봅니다.
닻은 정박하고 싶은 소망 같은 것이 아닌지요.
평생 살면서 갖은 것들을 겪어 달관한 듯한 노인은
이승의 줄이 끊기면 저승에 닻을 내릴 준비까지 되어 있는 듯 여유롭습니다.
폐선과 노인의 이미지도 낡았다는 인상보다는 오래된 친구같이 정겹구요.
스며오는 오후의 졸음과 굴뚝 연기, 저녁놀을 지고 방죽길을 걸어 집으로 가는 발자국은
할 일을 무사히 마친 자가 풍기는 안도감도 읽히구요.
고향에 계신 어머니의 품속처럼 안온하기까지 합니다.
따스하고 훈훈함이 느껴지는 가운데 지금의 삶과 다가올 날들을 곰곰히 생각하게 하는 진지함도 있구요 너무나 좋습니다.
그런데 "칠 벗겨진 호(號)"라는 말은 어렵습니다. 혹 폐선(노인)을 말하시는 건가요? 배의 이름 , "ㅇㅇ호"처럼.
한자가 없다면 저는 호(弧)를 떠올릴 뻔했어요.
노인의 휜 등과 닻과 갈고리와 나이테, 엔진, 방죽. 구부러지는 갈대
모두가 둥근 것들이니까요,
그 중에서 닻이나 갈고리, 노인의 등 그리고 갈대는
온전하게 둥근 원이 아닌 원의 일부분인 호(弧)와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러고 보니 "칠 벗겨진 호" 모호하면서 안 맞는 말이더라구요.
소리샘님의 질문 "어떻게 하면 시를 쓸 수 있을까요?"
저도 늘 고민하고 거듭거듭 고민하지만, 정말 우매해서인지 아직도 정답을 못 찾은 채 헤맬 뿐입니다.
꼼꼼하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닻’은 경기도 화성에 있는 ‘장덕리’라는 곳에 들렀다가 쓴 시입니다. 간척지 때문에 더 이상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은 몰락한 어촌풍경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폐가와 빈 수족관, 그리고 떠나지 못한 노인, 다닥다닥 나무판자 속에 가둬놓은 개들, 검게 그을린 벽들...
그때 본 등이 휜 노인분은 마치 땅에 반쯤 묻힌 폐선과 보이지 않는 밧줄로 연결된 ‘닻’처럼 보였습니다. 그 애잔함을 오래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신작시 세 편 가운데 "별의 기억"이 좋군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우매한 질문 같지만
어떻게 하면 詩를 쓸 수 있을까요?
쓰고는 싶은데 영~ 쓸 수가 없어서요.
너무 잘 쓰려고 해서 일까요?
아님 삶, 그 자체에 너무 몰입해서 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