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도서관에서 책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전에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 지성사-을
접한적은 있었지만, 오늘은 그 사후 미발표시들을 다시 접하게 되었습니다. 전집(미발표시,산문 등)이 나와있는것도 알고는 있었으나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미루어두었던 게 몇 달이 흘러가 버린 지금, 우연한 계기에 다른 책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기형도 추모문집> 미발표시 [가을무덤]외 15편 수록 -솔- 7000원(가격까지 쓰니까 꼭 책 홍보 하는것 같네요^^) 다시 접하게 되었습니다. 전에 [입 속의 검은 잎]을 여자친구에게 선물한 적이 있는데, 시집을 선물하면서 모 인터넷 싸이트에 어느 지인의 답글이 선뜻 떠올랐습니다.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시집을 선물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을 이해해주기 바라는 자기 기만적인 야성적 폭력이라고 말입니다. 이 문구가 떠오를때 전 그녀에게 아래의 시를 부끄럽게 읽어주고 읽어주었지요. 철없이 그녀가 하는 말 "혹시, 너 이야기니?" 말문이 앞을 가리더군요.
빈집
詩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성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작가의 말*
가끔씩 어떤 '순간들'을 만난다. 그 '순간들'은 아주 낯선 것들이고 그 '낯섦'은 아주 익숙한 것들이다. 그것들은 대게 어떤 흐름의 불연속선들이 접하는 지점에서 이루어진다. 어느 방향으로 튕겨나갈지 모르는, 불안과 가능성의 세계가 그때 뛰어들어온다. 그 '순간들'은 위험하고 동시에 위대하다. 위험하기 때문에 감각들의 심판을 받으며 위대하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다.(참! 이 말 멋지죠?)
비트겐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내 책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이 책에 씌어진 부분과 씌어지지 않는 부분이 그것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부분은 이 두번째 부분이다......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애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거의 필연적이며 이러한 불행한 쾌락들이 끊임없이 시를 괴롭힌다.
*기형도 시인[어느 푸른 저녁]의 시작 메모, [문학사상], 1985년 12월호.
ps: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을 향하는, 사랑과도 비유되는 인간들의 불행한 쾌락들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흘러오는 바람일까요? 가끔씩 그런 곳을 향해 자주 연민하곤 하지만, 오늘은 왠지 노을을 등에 지고 도서관을 내려오면서 왠지 그곳을 향해 제 몸을 훌쩍 던지고 싶은 욕망에 사로 잡히는 하루였습니다. 가보지 못한 곳을 동경하는 그런 '낯섦'이 저에겐 언제 찾아올런지,,,
김용택 시인이 엮으신 "사랑" (이레, 2001)이라거나,
김용택 시인의 "연애시집" (마음산책, 2002),
아름다운 시인 44인이 엮은 "쓸쓸하고 쓸쓸하여 사랑을 하고" (좋은생각, 2001),
정지영의 내가 사랑하는 시 "마음이 예뻐지는 시" (나무생각, 2001),
용혜원 시인의 "지금은 사랑하기에 가장 좋은 시절" (책만드는집, 2001) 이 어떨까요?
CD도 괜찮은데 유엔의 새 앨범, 그녀에게! ^^
[Bugs Mus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