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골 연가*1
詩 박시은
그땐, 하루내 주머니 속 동전이 딸랑딸랑 떨어지면
나는 묵묵히 커피 자판기만 쳐다보다
자취방으로 발걸음을 옮기곤 했다
밤이 깊을수록 또렷해지던 발자국 소리와
희미한 가로등 아래
골목마다 개 짖는 소리만 음습했던
향림골, 나는 하루 동안의 자책과
답을 낼 수 없는 것들로 가득했던 한나절의 수업을
창가에 앉아서 몇 개비의 담배 연기 속에 마감을 하곤 하였다
그때는 그저 사랑이 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는
마음의 문자 메시지이겠거니 생각했다
진정으로 다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이 세상을 가슴으로 받아
오래 견디어낼 수 있는 것이란 것을 깨닫기까지
내 주머니 속의 동전은 낡고 무디어져
손끝으로 만지면 만질수록 가끔씩
밤하늘의 별처럼 윤이 나곤 하였다
그렇게 묻고 대답할 수 없는 날들이 지나갔다
상처는 벗어날 수 없는 독방과도 같았다
마른버짐이 옷깃에 피어날 때까지
연습장 한 구석을 퍼즐조각처럼 채워 넣곤 하였던
그 해독할 수 없었던 행간의 활자들
한 편의 풍경화처럼 세상을 완성되곤 하던 그때
나는 마치 아라비안나이트의 마법융단을 탄 주인공처럼 기뻤다
그렇게 스물 한 두해의 시절은 지나갔고
한두 명씩 군대로, 휴학으로,
내 앞을 하나 둘 떠났지만
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었던 마지막 객기는
한 잔의 건배 속에 취기 오른 얼굴과
발음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막막한 시대에 대한
서투른 외침이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