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가 울었다
몇 번이고 바다가 뒤집히도록 목을 놓았다
퉁퉁 불은 라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기도 전에
아마도 기러기는 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날개를 접자마자 빈 둥지에 앉아
자정이 넘도록 우는 기러기를
아침이면 힐끔힐끔 쳐다봤다
밖은 아름다운 눈으로 호호거리는데
쉴 새 없이 내리는 눈 때문인지
오늘 기러기의 울음소리는 더 깊다
그러나 또 내일이면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푸석한 하루를 접고 다시 날개를 펴
고공에 몸을 던질 것이다
706호 창가엔 불이 켜지지 않는다
오늘도 기러기는 또 그렇게 울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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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은 따뜻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너무 추운 사람이 많은 세상입니다.
날씨만 따뜻하다는 소식 말고,
사람이 따뜻하다는 소식만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2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요즘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기러기아빠에 대한 시인 듯 싶군요. 이렇게 기러기인 듯 사람인 듯 배치해 놓음으로써, 시에는 긴장이 확장되고 의미에도 깊이가 확보되는 것 같습니다. ^^ <사람이 따뜻하다는 소식> 참 정감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