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시죠?
'새로운' 생활은 어떤 막다른 골목의 느낌일지 혹은 또다른 길들의 시작일지
괜시리 궁금합니다. ^^
저는 이번 학기 겨우 종강을 끝내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어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우루루 모여서 갔던 바다와 들과 나무와 길들이 생각나네요.
'언니'에게 안부를 전할까하다가
어쩐지 오늘은 9년 전 그때의 기분으로 여기에 들러봅니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토록 여전한 것들이 여기에 모여앉아서 제 그리움을 반겨줄거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제 오랜만에 서점에 갔다가
몇 개의 잡지에 실린 반가운 이름을 보았습니다.
(여기에도 그 책에 있던 글들이 있네요.
그래도 역시 손바닥을 다 가리는 책에 두 눈을 가두고 활자들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모 잡지에 실린 사진은 정말 별로였어요. ^^; )
10년 전에는 꿈이었던 것들이 지금은 잠이 되기도 했지만
그때를 잊지 말아야 지금이 덜 외롭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때도 지금도 고맙습니다. 그냥 고맙습니다.
요 계절이 지나가기 전에 가슴까지 시원-해지도록 술 한 잔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합니다.
아니면 최작가님 연극을 함께 보아도 좋겠지요?
헤이리의 여름도 너무 궁금합니다.
(갑자기 그리운 '아저씨' '오빠' '언니'들이 있다는 사실을 환기하러 여기에 온 것 같군요. 흠흠)
어쨌든 내내 건강하시구요.
잊혀지기 직전에 또 안부전하러 오겠습니다.
앞서간 이들을 뒤따라가는 사회성의 길은,
그럭저럭 편안하고 안락하단다.
그러고보니 9년이나 됐구나. 한때 너무나 가까웠던 친구도 연락이 끊긴 걸 생각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 인연의 끈은 다르구나 싶다.
모잡지에 실린 사진은 전날의 술이 표정에 서린 탓이지.
그 사진을 들여다보는 나조차도 민망하더군.
아직도 막 내리지 않는 날들에 비한다면
그래, 연극처럼 극적으로 만나는 것도 좋겠다.
각기 다른 성격과 삶이지만 둥글게 모여 앉아 누리는 운치는 다들 공유하고플 거야.
필경, S대 박사 한 명쯤은 알고 지내고 싶겠지? ^^
건강하고 타이틀이 생기면 연락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