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비가 오네요.
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그런 시는 없으세요?
윤성택시인은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에게 어떤 친구로 기억되고 있을까요?
미로 속을 헤매듯 도서관 책꽂이 사이사이를
기웃거리는 문학 소년이었을까요?
지난 금요일 정호승시인 시 낭송회에 갔었어요.
회색빛 정장에 검은 와이셔츠,
흰 머리와 검은 머리가 반반 섞여 있는 중년이
안정감 있어 좋아보였습니다.
사진이라도 같이 찍고 사인이라도 받아올 걸,
시간이 빠듯해 그 긴 줄 끝에 서지 못한 게 못내 아쉽네요.
행사가 끝나고, "거실을 서재로"
릴레이 책읽기 운동을 하는데
욕심 내서 네 권이나 싸들고 왔습니다.
가족 모두 한 권씩 읽고 바통 터치를 하려구요...
비가 옵니다.
비가 오니까 또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아지네요.
생각도 많아지고, 쫓기던 일상을 잠시
"뒤로 돌아!" 돌려 세우고 싶어지네요. ^^
비 오는 날은 왠지 추억까지 젖는다는 느낌입니다. 그땐 비가 참 많이 왔었죠. 비를 맞아도 조금 춥다고 느꼈지만 견딜만 했는데, 아마 그 소낙비를 맞으며 걸었던 길 위의 여정이 심장을 데웠던 것인지도. 그리고 또 좌석버스를 타고 매번 갔던 곳이 있었는데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차창에는 항상 같은 문양이 내게 있었죠. 그러나 돌이켜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누구의 선택도 아니었던 것 같아요. 다만 다가왔다가 멀어져가는 비구름처럼 시간이 잠시 깃들다 어느 먼 곳으로 향했을 뿐. 그래서 항상 그곳엔 비가 내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