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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도

2013.08.31 21:52

윤성택 조회 수:671

비를 바라보는 것보다 비를 기다리는 것이 더 감도가 좋다. 여행 중인 사람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걸지 못하는 전화번호처럼. 가본 적 없는 날이 수신하는 낯섦이라는 조도를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어느 나무 밑 그늘을 해독하려면 계절의 번역을 따라야 한다. 간이역 낡은 난간에 앉아 컵라면을 먹는 한낮, 생활이 사소해지면 비밀이 수정되는구나 싶은. 빛바랜 간판들이 거리를 적어내고 숭숭 뚫린 블록 담장에서 밑줄을 긋는다. 여기서 한 사람이 청바지 속으로 자랐다. 그리고 그 청바지 자락을 찢고 맨살이 철사에 긁혀 갔다. 까끌까끌한 추억에 카메라 감도를 높이면 구름의 역사(驛舍)에 가을이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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