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눈이 온다는 건

2013.12.04 10:09

윤성택 조회 수:3137

퇴근길 바람 내음을 맡았다. 공기가 품고 있는 이 습기는 오늘 밤 눈이 될 것이다. 나는 눈 내리는 동안이 좋다. 흰 습기의 느린 체공시간이 좋다. 우리가 중력을 견디다 끝내 중력 속으로 분쇄되는 몸이어서일까. 눈 오는 날은 설레는 손님을 보는 것 같다. 어쩌면 눈발은 영혼의 엔트로피일지도. 그 눈송이들의 무질서에서 생의 적설량이 기록된다. 한때 '점'이었던 시절, 그곳에서 불현듯 박동하는 심장. 그러니 눈이 온다는 건 내겐 두근거린다는 것이다. 한번에 그 많은 눈송이가 아니라 단 한 눈송이가 내게 오는 걸 보아야겠다. 손등에서 녹아 흐르지 않고 맺힌 물방울을. 이 씰 같은 설(雪)을 어쩌나. 창문 커튼을 조금 열어 놓고 가로등 저편 방향을 볼 수 있도록 베개를 놓았다. 꿈의 외벽을 타고 한쪽 눈이라도 내려오도록.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99 새벽은 음악이 아프고 2014.01.09 2466
98 2014.01.07 1792
97 거래 file 2013.12.31 896
96 붐비는 날들 file 2013.12.24 2378
95 철(撤) file 2013.12.19 1217
94 7cm 눈 file 2013.12.16 1184
93 충혈 file 2013.12.11 1362
92 한 사람 file 2013.12.10 1100
» 눈이 온다는 건 2013.12.04 3137
90 안부 file 2013.11.26 2257
89 그대 생각 file 2013.10.25 967
88 가을 file 2013.10.17 2303
87 一泊 2013.10.10 933
86 2013.09.25 664
85 드라마 2013.09.23 673
84 대리 2013.09.13 658
83 2013.09.10 668
82 몸이 생각을 앓고 나면 2013.09.05 847
81 감도 2013.08.31 666
80 우울 2013.08.29 6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