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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온다는 건

2013.12.04 10:09

윤성택 조회 수:3285

퇴근길 바람 내음을 맡았다. 공기가 품고 있는 이 습기는 오늘 밤 눈이 될 것이다. 나는 눈 내리는 동안이 좋다. 흰 습기의 느린 체공시간이 좋다. 우리가 중력을 견디다 끝내 중력 속으로 분쇄되는 몸이어서일까. 눈 오는 날은 설레는 손님을 보는 것 같다. 어쩌면 눈발은 영혼의 엔트로피일지도. 그 눈송이들의 무질서에서 생의 적설량이 기록된다. 한때 '점'이었던 시절, 그곳에서 불현듯 박동하는 심장. 그러니 눈이 온다는 건 내겐 두근거린다는 것이다. 한번에 그 많은 눈송이가 아니라 단 한 눈송이가 내게 오는 걸 보아야겠다. 손등에서 녹아 흐르지 않고 맺힌 물방울을. 이 씰 같은 설(雪)을 어쩌나. 창문 커튼을 조금 열어 놓고 가로등 저편 방향을 볼 수 있도록 베개를 놓았다. 꿈의 외벽을 타고 한쪽 눈이라도 내려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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