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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여름 사이

2025.04.23 14:19

윤성택 조회 수: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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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난방 차림이었다가, 거기에 얇은 외투를 꺼내 걸친다. 카페에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지만, 밤에 잘 땐 솜이불을 덮는다. 낮엔 조금 성급하고 밤엔 여전히 굼뜨다. 요 며칠 몸이 마음에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 자다 깨어나 냉수를 마시며.

 

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 옷차림에서 마음의 계절을 추측하게 된다. 어떤 이는 벌써 한여름 반팔이고, 어떤 이는 아직 두터운 니트다. 같은 온도에 다른 반응. 한 사람은 준비가 되었고, 다른 한 사람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모든 관계는 그런 차이에서 시작되고, 그런 차이로 끝난다.

 

봄을 닮은 사람은 말이 느리고 생각이 많다. 그래서 대개 조용하다. 천천히 기울고 속내를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다. 때로는 자신을 숨기기 위해 미소를 연습한 사람일지도. 여름을 닮은 사람은 정반대다. 활기차고, 웃는 얼굴로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넨다. 하지만 왠지 이상할 정도로 멀다. 눈부신 사람은 어쩐지 멀어 보인다.

 

그런 두 계절 사이에 서 본다. 어떤 날은 봄이었다가, 어떤 날은 여름이었다가. 내 안의 온도차를 감지하는 건 대체로 타인의 몫이니까. 나는 분명 그 '사이'에 있다. 여름과 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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