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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서
나는 그 범주에서 뒤늦게 합류한 일원이 되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지면으로만 뵙다…
로 시작하는 관계,
초면을 구면으로 넘겨도 되는 것인지
좋다는 말은 종종 지나치다는 말로도 들린다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자리에서
누구도 진짜 편하지 않은 것처럼
좋은 사람은 그동안 상처를 주지 않았으니
그 앞에서 솔직해지지는 못할 것만 같고
나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얼마나 친절을 발달시켜 왔나
그러다 거기서 통증이 밀려올 때도 있었던가
친절은 근육인가 태도인가
여럿이 둘러앉은 사이에서 그가 말을 하고 있다
단점이 없는 사람 옆에선
단점이 계속 부각된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상대의 모자라는 점을 발견하려는 건지도 모른다
엇나간 말을 감싸준다는 것도
제대로 알아야 할 수 있는 짓
짓? 짓이라니
그는 모두가 원하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 삐딱함이
계면쩍어 팔짱으로 가린다
독서 모임도 아니고
철학 모임도 아니고
좋은 사람 감상 모임 같다
확실한 건 그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도
누구도 뒷말을 이으려 하지 않는다는 거다
뭔가 틀리고 싶지 않아서
다시 생각해본다
좋은 사람은 학습되는 건지 유전되는 건지
단정하고 예의 바르고 정숙한,
누구도 주인공이 아닌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좋은 사람 덕분에 진심이 외롭다
그가 외롭게 하려던 건 아니었을 텐데
그가 외롭지 않았던 것도 아닐 텐데
다만 그를 좋아하는 이들은
다정에 방해되지 않기 위해
펼친 책 한가운데에 가만히 손을 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