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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들으며 본다. 흑백 화면 속 건물에 십자 표시가 움직거리더니 이내 폭발과 함께 구름처럼 자욱해진다. 버튼을 누르면 된다. 게임도 아닌 현실에서 선악의 조준점이 흔들리는 삼월이다. 먼 나라에서는 포성이 지축을 울릴 텐데, 나는 왜 웹진 신작시에서 봄에게 무력해지는가. 어쩌면 지구는 한 사람에 의해 총천연색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 읽기를 중간에 그만둔다.
휴대폰을 두고 그리 높지 않은 산에 올라 최전선의 나무들을 마주한다. 진눈깨비가 내렸는데 이곳에는 흰 눈이 퍼부었나 보다. 가지마다 흑백이 춘설의 양상을 띠고 있다. 그 사이의 망울들, 햇살이 가늠하는 목표물인 듯 꽃 피는 게 가시권 안이다. 봄도 치르는 것이라면 꽃송이가 터지는 순간은 교전이다. 때로 무섭게 피는 꽃나무 앞에서 망연해지는 건 속수무책의 경이.
매화를 산수유꽃이 간섭할 수 없듯 나라도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 내가 함부로 꽃 피는 순서를 정하는 것과 같다. 이쪽 산에서 저쪽 산으로 항공모함처럼 구름은 이동 중이고. 나는 산길에서 좌초하듯 한 번 미끄러지고 만다. 언 듯 만 듯한 흙에는 몇십만 톤의 결의가 들어 있다.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면서 나도 이 봄에 참전 중인 거라고.
종전의 마음으로 버튼이
부서져 있다.
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