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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2026.09.09 14:35

윤성택 조회 수: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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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을 넘나들며 서행하는 차들을 가로질러 빠져나가는 스쿠터 한 대,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두 녀석이 헬멧도 쓰지 않고 음악을 크게 튼 채 앞질러 내달린다. 운전석 방향에서 보닛을 지나 대각선으로 휙, 꺾어지는 걸 바라보며 저러다 사고가 나겠다 싶었는데. 양 길가의 플라타너스 넓적한 잎들이 가을바람에 날려 공중에서 우회하다 직진하다 아스팔트 바닥을 연쇄적으로 턱턱, 들이박는다. 다시 정체가 이어지다 막 풀려 속력을 높이다가 본다. 갓길 가로수 아래 널브러져 떠 있는 앞바퀴, 그 옆에서 바르르 떨고 있는 다리, 한 녀석은 겨우 일어나 앉아 있는.

 

그런 휴일 오후, 카페 창밖을 내다보면 내가 더 옛일에 수습되어 간다. 무모했던 건 청춘일지언정 용감했던 슬픔은 아니었다. 어쩌면 후회란 시간의 충격으로부터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가을도 달력의 앞뒤를 헤아려 신중하게 오는 게 아니듯. 지나고 나서 뒤에서 따라잡는 사랑이 있다면 나보다 먼저 나아가는 게 이별인지. 하늘 저편 비행운이 보인다. 차고 습한 내 안의 궤적을 따라 그 몇 년이 길게 떠 있다. 겨우 일어나 앉아 있는 녀석도 자신의 비행운을 보았을까.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쥐고 있으면

많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다

지나간 날들이 서로 그랬던 것처럼

 

깨진 무릎 같은 노을이

어스름에 친친 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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